천천히 달리는 야간 열차의 덜커덩 거리는 움직임과 소리는
요람을 흔드는 손처럼 적당히 다독여주는 듯 해서 생각보다 잠이 잘 들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 때문에 중간중간 깨어나기도 했다. 깨었다가 또 일정한 그 움직임에 이내 잠이 들었다를 반복하였다.
불편해서 잠을 설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일어나니 개운했다.
아침으로 먹은 컵라면과 열무 김치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어제 기차에 타서 술을 마신 일행 분은 몸 안에 장기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 하다며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제대로 해장을 한 느낌이 들었나보다.
열차에 필요한 물도 공급받고 승객들도 잠시 바람쐬라는 듯 잠시 멈춰섰다가 이내 하바롭스크로 출발했다.
기차에서 내려 호텔까지는 2km남짓 걸리는데 기차 안에서 충분하게 잠을 잔 나는 걸어가도 충분할 것 같았는데
다들 택시를 타자고 해서 택시 3대에 니누어 탔다. 택시를 타고 보니 택시 타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멀었고, 길도 약간의 오르내리막이 있었다.
체크인 하고 호텔방에서 쉬다가 우리는 시장구경을 하러 갔다.
각자 보고 싶은것, 보고 나중에 시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돌아다니다가 러시아 우유를 마시고 싶다고 샀는데 우유가 아닌 염소젖이었다.
약간 시큼한 맛이 났지만 역겨워 못 먹을 건 아니었다.
배추 김치도 담가서 비닐 봉지에 넣어 팔고 있어서 신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차가버섯을 많이 사가는지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사고 있었고, 한글로도 '차가'라고 적혀 있었다.
시장을 보고 나와 큰 공원을 지나갔다.
땅이 넓다보니 어느 주변이나 숲과 공원이 있었다.
정비는 덜되어 있었지만, 그런 넓직한 공간이 부러웠다.
하바롭스크는 블라디보스톡에 비해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18~20도 정도의 기온에 모두 긴팔을 입고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 몇몇은 여름을 알려주듯
종종 짧은 팔 옷차림을 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들른 스테이크 집에서는 종업원이 소통의 어려움에
아예 포장된 고깃덩어리를 종류 별로 들고 나와서 설명을 하였다.
식사를 하고 아무르강가로 나와 바람을 쐬러 긴 계단을 내려갔다.
아무르강은 우리가 흑룡강또는 헤이륭강으로도 알려진 강이다.
몽고, 중국, 러시아 삼국을 넘나들며 흐르는 옅은 안개 속의 아무르강은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항일 독립운동 소재의 영화에서 배경으로 보기도 했던 강이다.
강에서 올라오는 긴 계단에서 여자들은
어린 아이처럼 가위,바위,보를 하며 오르고 있었다.
우리나라 중고 버스가 인기라고 하더니, 거리에는 종종 한글이 적혀 있는 채로 운행하는 버스가 눈에 띄었다.
구글 지도를 보고 찾아간 식당은 일정 시간만 문을 열고 문이 닫힌 뒤였다.
우린 각기 헤어져 식사를 해결하고 자유롭게 일정을 갖기로 하였다.
호텔 창 밖으로 여행의 마지막 해가 기울며 붉은 노을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아무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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