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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에

연필

 이구석 저구석에서 뒹굴고 있는 연필들을 모두 모아서 예쁘게 깎아서 통에 담았다.

잘 깎아 놓은 연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냥 흐믓하다.

어릴적 필통 속에 가득 깎아놓은 연필을 볼 때의 추억을 고스란히 소환한 느낌이다.

 

어린 시절 양철로 만든 사각형 필통에 연필을 가방에 넣고 달릴라 치면

달그락 달그락 사각형 양철 필통 속에서 연필들이 뛰면서 소리를 낸다.

학교에 가서 열어보면 연필심이 부러져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럴땐 집에와서 필통 속 연필 아래 솜을 깔거나 신문지를 오리고 접어서 쿠션을 만들어 넣기도 했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엔 연필심이 단단하여 잘 써지지 않을 때도 있어서

맨들맨들한 플라스틱이나 양철로 된 책받침을 받쳐서 쓰는게 당연했었다.

그래도 잘 안 써지다보니 아이들은 종종 연필심을 혓바닥에 대어 침을 묻혀서 쓰기도 했었지만,

난 왠지 꺼림직하여 그리 하지는 않았다.

 

연필을 깎을 땐 지금처럼 연필깎는 기계가 아닌 칼로 깎았는데 향나무로 된 연필에서는 향나무 향기도 참 좋아서

깎는 기분과 더불어 연필깎는 일은 소리와 향기와 눈을 즐겁게 하는 일이기도 했다.

연필을 깎을때 종종 연필심을 중심으로 깎여진 연필의 나무 부분이 둥글게 말아올려져서 꽃이라 여기기도했다.

마치 흑연이 암술 수술이고, 연필의 깎여진 나무를 끝부분을 다 깎아 떨어트리지 않고 끝부분을 붙어 있게 했던 것이다.

 

또, 흑연 부분의 연필심은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끝부분만 조금 깎아서 사용해서 지금처럼 날카롭게 깎지도 않았다.

당시의 단단한 연필심은 종종 재질이 부실한 공책을 찢어놓기도 했었다.

 

지금, 통 속에 연필을 하나가득 깎아넣고 흐믓하게 보는 내 심정은 어쩌면,

그 당시의 결핍감을 채워보려는 생각의 일환 일런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그렇게 보고만 있다가 이따금씩 좋은 글들을 대학 노트에 연필로 써 보곤 한다.

 

사각사각

연필과 공책의 면이 만나 내는 소리가 정겹다.

오늘은 김애란의 이상문학상 수상 소감을 연필로 필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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