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일인당GNP는 우리나라의 1/3가량이다. 1만 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작년에 터키 여행을 준비하면서 본 것들 대부분이 막상 일년이 지나니 기억이 거의 나지를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기억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번 여행이 가장 준비를 덜 하고 떠난 여행인데도 터키 관련 책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다.
여전히 비는 내린다.
꼭 장마철 같다. 새벽부터 잠시도 안 쉬고 종일 내린다.
다리가 아파서 많이 걷기도 힘들고 비도 오니 우린 탁심 광장까지 트램을 타고 가기로 했다.
일단 트램을 타고 가서 종점에서 내려서 광장까지 올라가는 푸니쿨라인 튄넬(TUNEL)을 탔다.
트램을 타고 가는데 비가오니 차창이 뿌옇게 흐려서 밖이 잘 보이지않는다.
관광객에겐 비오는 날은 반 정도는 공치는 날인 것 같다.
튄넬을 타고 올라갔다. 아주 오래된 터널이란다.
탁심 광장이 있는 곳은 이스탄불의 신도심이다.
광장에 가니 한쪽에선 페스티벌이 열린 곳에 장이 서 있는데 겨울비가 내리는 날이라 그런지
페스티벌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썰렁하다.
연극이 끝난 파장의 분위기처럼 스산하게 느껴졌고 상점들마다 문을 열고는 있지만 손님들보다 상인이 많다.
광장 옆에는 커다란 이슬람 사원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거리에는 신도심이라 그런지 젊은이들이 많고 여자들도 구도심에 비해 많았다.
구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젊은 남녀쌍쌍이 손을 잡고 거니는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젊고 어린 여자 아이들은 점점 그들의 자유를 주장 할 것이다.
그리하여 서서히 남성들과 동등한 권리를 머지않아 주장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빵과 터키식 스프인 쵸르바를 시켜서 몸을 녹이면서 먹었다.
쵸르바는 색깔과 맛이 마치 우리나라 녹두죽과 같은 맛이었는데 어제 먹은 쵸르바에 비해 묽었다.
가장 번화하다는 이스티크랄 거리엔 사람들도 많았고 상점들도 많았는데 세일 중인 곳도 많았다.
사람들이 터키 물가가 싸니까 할인 기간을 이용해서 터키로 쇼핑을 하러 많이들 온다고 하였다.
거리 한가운데로는 빨간 미니트램이 지나가고 있었다.
비가 오는데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쟁반에 음식을 담은 접시를 올려 배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저런 모습은 보기 힘든 장면인데 전부다 남자들 그것도 중년의 남성들이었다.
갈라타탑을 둘러보려니 전망대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갈라타 탑은 다음에 오르기로 하고 내려왔는데 몹시 가파른 길이었다.
그 옛날 전투가 벌어졌을때 바닷길이 막히자, 육지인 이렇게 가파른 언덕 길을 배를 끌고 밀며 올라왔단다.
바다를 달려야 할 배를 육지의 비탈진 언덕을 끌고 올라갔으니 상상도 하기 힘든 전략이었던 것이다.
돌격 명령을 내리면 명령에 따라야 하는 일개 병졸들은
무거운 배를 죽기 살기로 밀고 끌며 명령에 복종해야 했을 것이다.
나의 신체가 나의 것이 아닌, 힘센 누군가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던 슬픈 시절이었다.
얼마나 많은 희생과 도전 속에서 쟁취한 것일까?
하지만 우린, 아직도 권력과 금력으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지배하려 드는 경우를 보고 있다.
내 신체가 내 자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진정한 자유의 시발일 것이다.
다시 트램을 타고 돌아왔다. 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이곳은 겨울이 우기라더니 거의 12시간 이상 비가 내리는 것이다. 장을 보았다.
쇠고기가 싸다고 고기는 샀는데 아무리 찾아도 후추를 찾기 힘들어서 점원에게 물으니 그가 내민 것은 고추가루였다.
후추를 포기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니 말끔하게 청소가 되어 있어 기분이 좋았다.
파스를 붙였음에도 다리가 많이 아프단다. 점점 오래 걷기 힘든 나이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임에도 가장 많이 걸은 날이기도 하다.
신도심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이스티크랄 거리 한가운데로 미니 트램이 지나고 있다. 운송 수단이라기보다는 관광용에 더 큰의미가 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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