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꿈을 꾸었다.
기억 나지 않는 꿈. 그러다가 깨어 나서야 내가 여행을 와 있음을 깨달았다.
꿈과 현실의 그 차이를 실감하였다.
강수량은 많지 않지만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다.
기온은 6도에서11도 분포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기온이 높고 일교차가 적은 나날이다.
빨래 건조되기 기다렸다 9시 넘어서 우산을 들고 외출하였다.
오늘은 톺카프 궁전을 가기로 했다.
비가 내리는 히포드롬 광장에는 비가와서 인지 사람들이 거의 없어 더욱 더 쓸쓸하고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광장을 지나 아야소피아 궁을 지나서 톺카스 궁전으로 들어 갔다.
입구 오른편으로 굴뚝처럼 생긴 것들이 건물 위로 여러개 올라와 있는데
마치 깔때기를 거꾸로 올려놓은 형상의 건물이어서 들어갔다.
들어서니 각종 주방용품들과 자기들 전시하고 있었다.
중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들여다보니 중국 자기였다.
한 곳에는 오래된 커피 관련 기구들이 눈에 띄었다.
영상으론 터키를 중심으로 주변국가들과의 물품 교역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이스탄불이 동서양의 주요 길목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궁전안에 부속 건물들이 여기저기 따로 떨어져 있었다.
도서관, 사람들이 묵는 거처로 쓰였던 곳, 여자들이 머물렀던 공간, 등등
옛날 도서관에는
엄청나게 큰 책들을 펼쳐보기 쉽게 만든 책받침은 지금도 꽤 쓰임새가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궁전을 둘러보는 도중 밖으로 나와 보니 멀리 바다를 지나는 배들이 눈에 들어왔다.
날이 좋았다면 우산을 쓰지 않았을테고 신발도 젖지 않아 멋지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신고 온 신발이 방수가 거의 방수가 되지 않아 겨울비에 양말이 다 젖어서 발이 시려왔다.
궁전의 방과 방 사이를 지나다보니 알함브라궁전의 느낌과 비슷했다.
날이 선선하고 겨울비에 한기를 느끼니 벽난로에 장작이 타고 있다면 좋았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중간에 음료를 파는 곳에서 셀럽이라고 하는 따뜻한 음료를 마시니
조금 한기가 가셨지만 발이 찝찝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셀럽을 팔던 아가씨에게 얼마냐고 하니 우리나라 말로 '십구' 하는 것이었다. 19 리라인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많이 상대했나보다. 내가 놀라는 표정을 짓자 스스로도 대견해하는 듯 했다.
따뜻한데다가 맛도 좋았다.
셀럽은 난초를 이르는 말인데 난초의 뿌리를 갈아만든 음료라고 하였다.
마에다가 우유를 섞어놓은 맛과 비슷했다.
나는 빨리 양말을 갈아신고 싶어서 돌아가자고 했더니 농담반 진담반으로,
재작년 여름 덴마크에서 자기가 신발이 젖었을 때 심정이 그랬는데
날더러 못 들은체 했다고 지금이라도 사과하란다. ~~ㅋ
섭섭했던 사람은 가슴에 남아 오래 기억하고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섭섭함의 씨앗은 털어버리지 않는 한 점점 자라는 것이다.
지금 그 당시 서운했던 감정을 늦었지만 털어버리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궁전을 나와서 음식점을 들르자고 하는데 내가 양말 젖어서 그냥 아파트로 가자고 졸라서
피자와 빵을 사 가지고 돌아와서 끼니를 대신 하였다.
돌아와 젖은 양말을 벗고 발을 씻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톺카프 궁전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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