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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터키 - 이스탄불에서 2일차

바람이 몹시 분다.
소리도 요란하고 밖에 보이는 큰 나무도 휘청거림이 아주 심하다. 

이런 날은 바닷가에 나가면 장난이 아닐듯 싶다. 어느 정도 잠잠해 지길 기다리며
둘이 앉아 아파트에 있는 아주 단순한 보드게임을 했다.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바람이 조금 잦아들어 나왔다. 오늘도 히포드롬 광장을 산책하다가 

아주 오래된 카페에서 빵과 커피와 홍차를 시켰다. 브런치 타임인 것이다.

어떤 커피를 원하느냐고 해서 터키식 커피를 시켰다. 

어떤 맛인지 궁금했는데 약간 시큼한 맛에 밑에 가라앉은 미세한 가루들이 텁텁해서 아래 가라앉은 것은 먹지 않았다. 

터키 사람들은 이렇게 잔에 남은 커피 가루의 무늬를 보고 점을 치곤 한다고도 하였다.

먹어보면 익숙해질런지 모르지만 내 입맛에는 아니었다.

 

이스탄불 뮤지엄패스를 1인당 185리라( 한화 38,850원 )에 사서 아야소피아(하기아 소피아)에 들어갔다. 

1리라는 약 210원 정도

원래 성당이었던 곳이 이슬람 모스크으로 바뀐 곳인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칠이 벗겨진 곳에서 성당의 성화가 들어나서 사람들의 눈길을 더 끌게 되지 않았을까? 

이슬람문화권의 사람들이 그런 성당의 성화를 그대로 놓아둔 것을 보면 

이슬람교도들이 그리 융통성이 없이 배타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면 터키 사람들이 융통성이 있는 것일수도 있을 것이고.....

낮은 조명들은 당시 코란을 보기 위해 낮게 드리워졌다고 한다. 

바닥의 대리석은 사람들 발길에 닳고 닳아서 기름칠 한 것처럼 번들거렸다.


 

<2층에서 내려다 본 아야 소피아>


성당 안에서 엄지 손가락을 구멍에 넣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360도 원을 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곳이 있었다.
내가 시도해서 성공하자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엄지척을 해주신다. 
성당을 둘러보다 나가려는데 그곳에서 와~~!!하는 소리가 들린다. 

360도 성공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아야 소피아(하기아 소피아)를 나와 광장에서 구운 옥수수를 샀다. 

그런데 거스름돈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주지않고 대신 군밤하나로 퉁치려고 하는데다가 옥수수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누군가 한입 베어문 흔적이 있는 것을 주어서 기분이 언짢았다. 

다시 바꿔달라고 해서 먹었지만 다시는 옥수수를 사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워낙 밤과 옥수수를 파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서 

어떻게해서든 이윤을 남기려는 몸부림이려니 생각하니 크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벤치에 앉아 먹다가 내가 흘린 옥수수 하나를 먹으려고 참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옥수수를 몇 알 떼어 주자 어디선가 우르르~참새떼가 몰려들었다.

겨울이라 참새들도 먹을 것이 부족해 사람들 주위를 배회하는가보다.

 

블루모스크쪽으로 가다보니 상가가 나타났는데 아라스타 바자르라고 하였다. 

어제의 그랜드 바자르와 달리 깔끔하게 단장이 되어 있고 길도 넓직하며 사람들도 많지 않아 구경하기도 좋았다. 

시장 중간쯤에 모자이크 박물관 이정표가 있어서 뮤지엄 패스로 들어갔다. 

아주 작은 색깔있는 돌들로 정교하게 모자이크 작품을 꾸며 놓은 것을 전시하고 있었다. 

박물관에서 나와보니 다시 바자르와 출구가 연결되어 있었다. 

 

우린 바닷가에 가 보자고 바다쪽으로 마냥 걸어 내려왔다. 

파도가 높이 치고 있었다. 바닷가엔 펜지꽃도 피어 있었다. 

롱패딩이 바람막이 뿐 아니라 어느 정도 비옷 구실도 해주고 있어서 피가 조금씩 흩뿌렸는데 빗물이 흘러내렸다.

그다지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한 젊은 청년이 접시에 음식을 담아 배달을 하러 음식점을 나서는게 보였다.

우린 그 남자가 나온 가게로 들어갔다.  주인 여자가 전갱이와 멸치 튀김를 막 튀기려고 하고 있었다. 

멸치튀김을 시켰더니 빵과 함께 큰 멸치 튀김 한접시를 내왔다.

얼마냐고 물으니 한 접시에 15리라 라는 뜻으로 손가락 5개를 펴서 세 번 흔들면서

 "화이브~화이브~화이브~"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멸치튀김....터키말로 멸치를 '함시'라고 하였다.>

 

영어로 15를 모르던가. 아니면 5까지밖에 셀줄 모르는 것일 것이다. 

즉석에서 튀겨주는 것이어서 맛있었다. 우리 아파트 근처라서 내일도 먹기로 했다. 

전갱이도 먹어보기로.....

잠시 쉬었다가 외출했는데 아파트 주인에게서 문자가 왔다. 

숙소에 불편한 것 없느냐고..... 그래서 청소 언제 해 주느냐고 내일 해 주었면 좋겠다. 

그러다가 소파 때문에 그런지 다리가 가렵다고 긁어서 붉게 변한 사진을 찍어보냈더니 그러냐면서 당장 오겠단다. 

우리도 다시 발길을 돌려 숙소로 돌아왔다. 

그는 소파 청소가 아니라 아예 소파 천을 갈려고 하고 있었다. 


소파 천갈이가 끝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남자들이 90%이상이다.

이들은 여자란 모름지기 집안 일만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언젠가 비정상회담이란 프로에서 터키인이 출연했을때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보수적인 남자라고 생각했었는데 터키에 와보니 그렇게 말했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군밤과 옥수스를 파는 이스탄불의 빨간 리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