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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탈리아 - 시에나에서 파도바로

시에나에서 마지막 밤.

새벽 1시가 넘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우리 책이나 보자고 하며 불을 켜고 각각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다가 새벽 3시 경에야 겨우 눈을 붙였다.

그리고 6시 반에 일어나 아침 간단히 먹고 짐도 다 싸 놓고 나왔다.

서둘러 캄포 광장으로 갔다.

 

광장에는 다른 날보다 일찍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고

우린 편하게 보다가 기차 시간이 되어 갈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였다.

빈 자리가 보여 앉으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가 보니 예약석이라고 종이가 붙여 있었다.

그리고 서서 둘러보니 출입구마다 문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매일 쉽게 드나들던 캄포 광장이 오늘은 아닌 것이다.

저거 닫히면 우리 꼼짝없이 갇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우리 숙소와 가장 가깝고 큰 출입구 쪽으로 갔다.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11시까지 볼 수 있는 장소 좀 알려 달라고 했더니 없단다.

문도 닫히고 경찰들이 저 위에 길까지 막을 것이란다.

 

아니나 다를까? 9시가 될 무렵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길 위에서 올라서서 틈으로 보려니 요란한 출발 총성들이 울리고

휙휙~~말이 달리며 지나가는 걸 보는 것으로 끝이었다.

너무 허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을 들고 기차역으로 간다. 오늘의 노선은.....

시에나에서 피렌체까지 다시 가서  40분 정도 기다렸다가 파도바 가는 기차로 바꾸어 타야하는 노정이다.

피렌체에 도착해서 커피를 마시면서 쉬다가 마지막 여행지인 파도바 가는 기차로 갈아탔다.

기차 내에서 음료수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나던 승무원이 그냥 지나치길래 사과 쥬스를 달라고 하니

검지 손가락 하나를 펴면서 이미 주지 않았느냐는 뜻으로 '원 타임 서비스~~'하면서 가는 것이었다.

나도 엄지와 검지로 원을 그려보이면서 서비스 안 받았다고 말했다.

 

피렌체에서 새로 탄 승객은 우리 칸에는 동양인인 우리 내외 뿐인데 아무리 눈썰미가 없다기로 서니

그걸 모르다니 하는 생각과 동양인을 무시하는거 아닌가? 하는 자격지심에 화가 났다.

서비스 안 받았다면서 기어코 사과 쥬스를 받아냈다.

안 먹어도 그만이었지만 괘씸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다음에 제복입은 승무원이 지나가면

한 마디 해야겠다고 번역기에 이태리말로 하고 싶은 말을 기록해 두었다.

옆에선 그러지 말라고 하였고 우리가 파도바에 도착할 때까지 승무원은 나타나지 않았고 마음도 누그러졌다.

 

승무원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잘 된 일이었고 나도 따진다고 내 맘이 순식간에 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에 쓸데없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으면서 살아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면서 파도바 날씨 예보를 보니 비와 뇌우 예보가 있었다.

강수 확률 60%? 비 쫄딱 맞고 가겠네.

 

책을 뒤적거리더니 내가 골라온 정호승의 책....김훈의 책 ....

어느 책도 맘에 들지 않은 지 비판적인 이야기만을 하였다.

비가 온 날 태어난 하루살이가 불쌍하다는 이야기가 책에 있었는데

아니? 비가 온 날 태어난 하루살이가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그 하루살이는 비오는 것 밖에 모를텐데 말이야.

 

나와 너무 다른 생각.

그냥 뼈대가 중요한데 소소한 이야기들로 이리저리 꼬아놓은 글이라고 폄하 하였다.

나는 내가 보고 생각한 것과 같은 공감이 가는 글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마가렛은 목표를 향한 직선적이라면 나는 목표를 향해 곧게 가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가끔 곁 길로 빠지기도 하는 편이다.

 

시에나를 떠난다. 시에나는

생각은 끓어서 차고 넘쳤지만 글로 되어 나오지 못한 것들이 많은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오늘은 경찰들도 일이 많은 날 일 것이다. 이른 아침 캄포 광장으로 가는 경찰들....

 

 

 

 

 

 

 

 

 

이제 경기가 시작되고 출발 선도 마련되었다.

 

 

 

 

야속하고 허무하게도 출발 총성과 휙휙~~빠르게 달리는 말과 환호성~~그것도 멀찍이서 보고 듣는 것으로 끝이었다.

 

 

 

 

 

시에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