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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탈리아 - 시에나 이야기 6

- 동생한테 메세지가 왔네~~

- 뭐라고 왔는데?

- 응~ 내가 지금 시에나에 있다고 하니까.

  아~그리운 시에나~~ 이렇게 왔네.  동생은 그런 표현 잘 안하는 앤데~~ㅎ

 

날이 밝자,

어제의 불안하던 마음은 가라앉아 있었다.

역시 텅 빈 마음 속엔 무엇이 들어가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마음 속에는 항상 같은 게 들어 있는게 아니라 수시로 변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기쁨 가득한 충만함이 들어찰 때도 있지만, 까닭 모를 불안이 자리할 때도 있는 것이다.

 

가끔 들어찬 것이 전부이고, 영원한 것으로 착각을 해선 안될 일이다.

 

성당을 확장하려다 그만 둔 전망대에 올라갔다.

인원수를 정해서 올려보내고 있었다.

벽 채 위를 전망대로 만든 것이라 아주 좁아서 좌우가 함께 보였다.

전망대 맨 끝으로 가니 삼면이 보이는데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이 들어서 겁이 나고 오금이 저려온다.


저 아래 보이는 캄포 광장에서는 퍼레이드 연습하는 행렬이 보이고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스테인드글래스를 바로 코 앞에서 보자니 밑에서 보던 것과 달리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우린 도미니크 수도원있는 길로 또 다시 걷기로 했다.

나이드신 할아버지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신문을 펼쳐보고 있었고

성당의 열린 문으로는 주일 미사 중인 모습도 보였다.


도미니크 수도원은 크기가 엄청 컸다.

수도원 내부는 높고 커서 빈 공간이 주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수도원이 그렇듯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느낌이 들었고 입장료도 없었다.

 

사진을 찍고 싶은 부분도 많았지만 사진 촬영을 금한다는 그림이 붙어 있었다.

수도원을 나와 내일 가려는 버스 정거장이 멀지 않으니 가 보고 돌아왔다.

 

우리 숙소 바로 아래 쪽에는 항상 사람들이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풍경을

거의 매일 봐서 저 사람들은 어디서 저걸 사서 먹나?하고 궁금했었는데 그 가게가 바로 옆에 있었다.

빵 사이에 돼지 고기만을 넣은 것인데....맛이 좋은지 항상 북적였다.

실내 공간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골목에 기대 서거나 쭈그리고 앉아서 먹고 있었다.

내 입맛이 일반적인 입맛이라면 당연히 먹어 보자고 했을거라고 생각했더니,

전에 내가 저런 종류를 먹었을 때 한 입 먹고는 안 먹었던 기억이 난다며

내 입맛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나도 당기지는 않았다.

숙소로 돌아오니 청소는 되어 있는데 타월 교체는 해주지 않았다.

최근엔  대부분의 숙소에서 타월 교체를 잘 해주지 않는 것 같았다.


잠시 쉬다가 외출 하려고

막 문을 열고 나오니 바로 코 앞으로 조개 깃발을 든  많은 기수들이 지나가고

뒤로는 조개 그림의 스카프를 두른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가고 있었다.

각 지역마다 상징 동물이 있고 상징 문양과 상징색이 있어서

지역별 무늬가 들어간 각종 기념품들도 상점에서 팔고 있었다.


관계자인 듯한 복장을 한 사람에게 말 달리는 걸 언제 구경할 수 있느냐고

영어로 물으니 못 알아들어서 번역기를 이태리 말로 재빨리 바꾸어 물었다.

그랬더니 내일 아침 9시라고 일러주었다.

내일은 우리가 체크 아웃하는 날인데 다행히 기차 시간이 오후 1시여서 충분히 구경이 가능할 것 같았다.

왜 내가 기차 시간을 그렇게 늦게 예약 했는지 모르겠어. 아마도 이 구경을 하려고 그랬나 봐~~ㅎㅎ

시에나에서 열리는 팔리오 경기는 당일날 이태리 전역에 생중계 된다고 하였다.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 올라가 보자고 하니까 힘들다는 표정이다.

'그럼 난 숙소에 가 있을께 혼자 다녀와~' 하더니 가다가 맘이 변했는지 함께 가자고 따라온다.

북소리나는 곳으로 갔더니 이제 막 퍼레이드를 끝내고 한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기수들이 한 줄로 들어가며 깃발을 흔들고는 건물 앞에서 깃발을 접었다.

그 많은 기수들이 한 줄로 들어가려니 시간도 길었지만 드러머들은 내내 드럼을 쳤다.


딴따단~딴따단~따다다따다다 딴따단~~2/4박자의 단조로운 리듬으로 많이 들으니 나도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 기수 둘이 높이 깃발을 던졌다가 받고는 퍼레이드가 끝나고 북소리도 멈추었다.


나도 지루한 줄 모르고 마지막 그들의 마무리 구호 소리까지 듣고는 자리를 떴다.

거리에 앉은 꼬마들도 작은 장난감 북들을 안고 북을 치는 흉내를 내고 있었다.

어디서나 북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사방에서 북소리가 들렸다.

팔리오 축제를 온 마을 사람이 함께하고 즐기는 것이다.


으이그~ 무슨 구경꺼리만 나타나면 눈이 반짝거리면서 따라 간다며

아마 마누라가 아파도 팽개치고 갈거야 아마~~ㅎㅎ


돌아와서 빨래를 해서 널었다.

TV에서는 팔리오 경기 관련 영상이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준비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의 차전놀이와 같은 민속놀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들의 경기 안에 담겨 있는 세세한 의미를 알 수는 없는 것이라 그냥 피상적으로 보게 된다 .

그러다보니 '뭘~ 이렇게 뜸을 많이 들이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팔리오 경기는 말에서 기수가 떨어져서 말만 도착 해도 되고 상대방을 위협하고 가격 하는 것도 허용 된다고 하였다.

또 경기 당일 사람들의 폭력 사태가 벌어져도 경찰들은 가능하면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고 하였다.

이탈리아 남자들의 마초적인 성격이 잘 드러난 경기라고 여겨졌다.

 

 

< 문을 열고 나오는데 지역 유지급 되는 사람들인지....깃발 뒤로 지나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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