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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탈리아 - 시에나 이야기 1

 세계 3대 광장 중 하나라는 캄포 광장에는

며칠 후에 열릴 경마 경기인 팔리오 경기에 대비해 광장 둘레에 진흙을 깔아놓고 가장자리에는 관중석을 만들어 놓았다.

말들이 달릴 길에는 펜스가 쳐져 있었다.

 

와~~!! 하는 함성이 들려 돌아보니 중고등 학생 정도되는 아이가

말들이 달릴 길을 달리고 있었다.

한 바퀴들 뛰고 결승점에 다다르자 친구들과 구경하는 모든 사람들이 박수와 함께 함성을 보내주는 소리였다.

여러 명이 뛰어 승부를 겨루는게 아니라 개별로 뛰어 한바퀴를 완주하는 것으로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나와 나의 승부만 있을 뿐이어서

박수와 함성에는 뛰는 친구에 대한 경잼심 없는 격려와 축하의 소리로 들렸다.

젊은 아이들의 풋풋하고 건강한 모습을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어쩐지 시에나에 하루 더 묵으려고 했더니 마차 경기가 있는 날이라 숙박 가격이 엄청 높았단다.

팔리오 경기에 관심이 있는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그 경기를 위해 시에나로 모여든다고 하였다.

 

광장은 약간의 경사가 진 부챗살 모양으로 퍼져 올라가서 또 다른 길을 만나게 되어 있었다.

성모님의 치마 자락을 본따서 만든 길이고 모든 길은 광장과 연결된다더니 지도를 보니 이해가 되었다.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올라 오다가 물과 쥬스와 포도와 복숭아를 샀다.

피자 한 조각씩 사서 저녁으로 먹고는 지쳐 곯아 떨어졌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요란한 북소리에 잠에서 깼다.

 

멀어졌다 가까워졌다하는 북소리는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북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우린 내처 내일 아침까지 잠을 잤을 것이다.

우린 주섬주섬 옷을 차려 입고 나갔다.

한 시간 정도 꿀잠으로 어느 정도 피곤이 풀린 듯 했다.

바로 우리 숙소 옆 작은 공터에서 북과 함께 깃발을 던져서 주고 받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깃발을 던지고 받는 행동은 전쟁 때 기수가 적으로부터 자신들의 깃발을 지키려는 행동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모여든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있었고

한 쪽에는 아이들의 부모 또는 조부모들이 연습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흐믓하게 지켜 보고 있었다.

자신들의 어린 시절의 모습과 추억도 함께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광장을 지나 골목길을 둘러 보았다.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오르비에또 마을을 갔을 때 느낌과 비슷했다.

다만 오르비에또는 작은 마을이라면 시에나는 도시 규모에 해당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에나가 이렇게 중세시대의 건물과 길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피렌체와의 경쟁에서 진데다가 당시 흑사병이 돌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덕분이란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만일 그런 비극적인 일이 없었다면

현대화된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선 그렇고 그런 도시로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이런 고풍스러운 시에나의 분위기를 느끼러 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테고......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시에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