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표를 샀다.
보통 버스표는 담배 파는 곳에서 함께 팔고 있었다.
버스비는 1.5유로
그동안 피렌체에 온 이후로 계속 걸어만 다녔기 때문에 한 번도 버스를 눈여겨 보지 않아 버스 정류장도 몰랐다.
가만 보니 버스 정류장 표시가 바닥에 되어 있고 벽에 있는 버스 정류장 표시는 작았다
버스는 작은 미니 버스로 차 문 있는 쪽을 제외하고 3 면에 의자가 붙어 있었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사람 걷는 속도나 별 반 다를 바 없다..
좁은 곳에서는 겨우 차가 빠져 나갈 정도이고 로터리에서 좌우 회전을 할 때도 아슬아슬하다.
강변으로 나오니 양 방향 통행을 할 수 있는 조금 넓은 도로가 나타났다.
내려서 다시 미켈란젤로 언덕을 올라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에서 내리니 많은 사람들이 해지는 쪽이나 두오모 쪽을 향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처럼 번개가 친다. 멀리 두오모 뒷편으로는 검은 구름이 드리워져있고 소나기가 내리는 것이 보였다.
다행스럽게 바람의 방향이 우리가 있는 쪽으로 불어오지 않아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여름 소나기는 소의 잔등을 타고 내린다는 말이 실감났다.
계단에는 마치 영화관에 온 사람처러 서쪽 하늘을 스크린 처럼 보면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우리도 앉아 있다가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내려왔다.
아까 올라오기전 저녁을 먹고 올라 갈까 하다가 늦은 저녁을 먹자고 하면서 올라온 것이다.
그런데 10시 넘어서 저녁을 먹게 될 줄이야.
강변을 따라 걷다가 베키오다리를 건넜다.
하늘에는 무지개가 멋지게 휘어져 있어서 무지개를 배경으로 우린 서로 사진을 찍었다.
나는 더 다리에 앉아 해질무렵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옆에선 가고 싶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언덕길을 내려오는라 피곤하기도 했을테고 나도 시장이가 돌아서 발걸음을 서둘렀다.
한복입은 한국 남녀 아이가 강변으로 나와 저녁 노을 보더니 "와~~대박이다.~~"하며 소리를 지른다.
종종 한복 차림의 한국인을 만나면 보기가 좋다. 한복까지 챙겨 오다니 지극 정성이란 생각도 들었다.
베키오 궁전 앞을 지나 아파트로 가려는데 음악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광장에 사람들도 많고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가만 보니 단원들이 한국인들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소개하는 사람의 멘트 속에 한국인이라고 지휘자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놓여있는 팜플렛을 들고 보니 그동안 광장에서 여러나라의 연주회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오늘이 마지막이고, 한국의 광주 YMCA 오케스타라 단원의 연주가 있는 날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광장에 도착하는 그 시각에 연주가 시작되다니
그것도 한국오케스트라의 .....그것도 피렌체에서 머무는 마지막 밤에 말이다.
베키오 다리에서 더 머물지 않고 서두르게 해서 이곳으로 이끈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다고 밖에 설명이 안될 만큼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마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아리랑에 이어 고향의 봄을 연주할 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해졌다.
하지만 옆에선 '단원 아이들이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네~' '에이~~생소리가 나네.'.하며 분석을 하였지만
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런데 아리랑을 연주를 막 시작하려는데 모여 있는 관중들 한 가운데서 거구의 한 청년이 일어서는 것이었다.
아니 저녀석 왜 하필 아리랑이 시작될 때 일어서는거야~~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만보니
자폐를 앓고 있는 듯한 아이였고 뒤에 있는 아이의 엄마는 행여 아이가
다른 돌발 행동을 할까 봐서 계속 주의를 주며 아이를 다독이고 있었다.
그 아이는 연주가 끝날 때까지 음악에 몸을 맡긴듯 지휘자처럼 팔을 휘젓기도 하면서 음악을 나름대로 즐기는 듯했다.
마지막 곡을 연주하기 전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가 내려와서 태극기가 그려진 바람개비를 맨 앞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하였다.
마지막 연주가 끝나고 모두 일어섰을때
나도 모르게 한국말로 내가 낼 수 있는 제일 큰 소리로 "잘했어요~~최고예요~~"를 연발하였다.
뒤에서 이제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너무 소리를 질러 목이 잠겨 버렸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경계를 서던 이태리 경찰은
연주하는 2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경계를 서고 있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선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요즘 세상엔 알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지휘자에게 다가가 잘 들었다고 반갑다고 인사를 했더니, "멀리서 한국사람 만나니 반갑지요?"하고 인사를 했다.
어제처럼 억수같이 비가 오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연주 시간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우린 돌아와 아주 늦은 10시에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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