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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탈리아 - 피렌체 이야기

아침에 밖으로 나오니 어제 억수같이 퍼붓던 비 덕분에

해는 쨍하고 났지만 공기는 상쾌하고 길을 걷기가 한결 수월했다.

쓰레기를 분리해서 처리하고 두오모를 한 바퀴 돌자고 했다.

 

오늘도 변함없이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안 가던 길로 돌아서 베키오 궁전 쪽으로 가니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베키오 궁전 박물관과 베키오 전망대를 오를 예정이다.

전망대는 엘리베이터 없이 계단으로 걸어올라 가야해서 혼자 올랐다.

한 시간 후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중간 중간 어제 비가 들이쳐서 계단에 물이 고여 있는 곳이 보였다.

붉은 지붕과 벽돌이 주는 느낌이 머리 속에 담겨있는 어릴적 동화 속 플로렌스의 모습이 펼쳐졌다.

지금도 피렌체는 건물의 개보수는 허용을 해도 증개축은 허용하지 않는단다.

철저하게 옛 모습을 남겨두기 위함이고 사람들도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고

그 감수가 그들에게도 자산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두오모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내려다보니 우피치 미술관 앞에는 여전히 길게 줄지어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구불구불 긴줄을 만들고 있었다.

 

붉은 기와와 황갈색 벽들이 오전의 햇살을 받아 만들어내는 풍경들과 건물들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들이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박물관을 들어갔다.

평상시 같으면 땀을 많이 흘려 화장실을 갈 시간이 멀었지만

오늘은 선선한데다가 아침에 수박을 한껏 먹은 뒤라 화장실이 급하다.

 

입구부터 커다란 대형 홀에 엄청나게 큰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벽을 마주하니 공간이 주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벽 가장자리에 있는 대리석 석상들 중 씨름하듯 한 사람을 메다꽂는 모습이 있었는데

거꾸로 떨어지기 직전의 사내는 상대의 거시기를 움켜쥐고 있어서 킥킥 거리며 웃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도 있어 더 세심하게 살펴보게 된다.

메디치 가문의 주요 인물들 마다 별도의 방을 따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다.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의지가 없었다면  오늘날 이렇게 사람들이 찾는 피렌체는 없었을 것이다.

 

벽은 물론 천정과 바닥까지 눈을 둘 곳이 너무 많았다.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방에는 커다란 지구의와 당시 그렸던 지도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지금 지도와 비교해보아도 손색이 없었다.

 

전시실의 크기도 다양하고 바깥으로 나와 강변과 어우러진 풍경도 함께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오르산 미켈레 성당을 들어갔다.

무료였다. 곡물 창고였던 곳이란다.

골목길에선 워낙 길이 좁아 마차가 차의 갈 길을 막고 천천히 가고 있고 그 뒤를 차량들이 뒤따르고 있다.

잠시 걷다보니 이젠 짐을 싣는 차가 마차의 앞 길을 막고 있었다.

워낙 좁은 길이고 건물을 헐지 않는 이상 도로를 넓힐 수 없으니 이들은 이런 풍경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들 있었다.

 

고현정이 사용해서 한국사람이 많이 찾는다는 화장품을 파는 산타마리아 노벨라 약국을 지나가는 길에 들어가 보았다.

약국은 성당 수도사들의 연구로 약을 만들다가 화장품을 만들게 되었단다.

약국 창문으로 내다보니 바로 성당 정원과 붙어 있는 건물이었다.

 

한 한국 여자 아이가 들어서더니 " 어휴 사람 짱~ 많아." 하고 말해서 웃음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사람이 많다고 생각되었다.

박물관과 미술관에 없는 한국어 안내 팜플렛이 비치되어 있어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안으로 더 들어서니 마치 우리나라 한약방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매장 안에 걸려 있는 그림 한 장에 이 성당 앞에서 벌어졌던 마차 경기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나오면서 성당 앞 광장을 보니 저 세워진 탑을 도는 마차 경기였겠구나 하면서 벤허의 한 장면 같은 전차 경주를 상상해 보았다.

 

나오면서 팔을 긁적거린다.

약국 안의 향수 냄새 때문에 생기는 피부 알러지라고 붉게 된 팔뚝을 가리킨다.

자기가 향수 알러지가 있어서 저런 향수를 사용을 못하니 날더러 복받은 거란다.

 

지나다가 공사하는 곳에서 뜯어놓은 보도의 돌들을 보니 하나 하나 무게가 장난 아니게 느껴졌다.

무거운 돌인데다가 두께가 상당해 보였다. 엽서 가게에서 베키오 다리 그림을 한 장 샀다.

아이들이 키우는 고양이와 비슷한 고양이가 있으면 고양이 그림 엽서를 사고 싶었는데 없었다.

 

오다가 리노센트 백화점에 들렀다.

국수나 수제비 반죽해서 납작하게 뽑는 기계를 사고 싶어했다.

들어보더니 무게가 좀 나가니까 일단 내려놓는다.

백화덤 옥상에 올라가니 전망대에 카페가 있었다.

오늘 오전에 베키오 궁전 전망대를 오르지 않았다면 차를 마시면서 구경했을텐데

이미 더 높은 전망대를 오른 뒤라 바로 되돌아 나왔다.

 

쌀을 사려고 가게에 들었갔는데 다른 상표의 것을 그동안 우리가 먹은 것이라고 우긴다.

내가 사진 찍어둔 게 있다고 보여주어서야 믿었다.

 

 

 

베키오 전망대에서 본 피렌체 두오모와 조토의 종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