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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유기견

# 1

 화단을 정리하고 있는데

아파트 경비하시는 분이 저 개들 좀 보세요.

하면서 아파트 축대 위 언덕을 가리킨다.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꽤 큰 개가 마치 새가 둥지를 틀 듯

낙엽과 나뭇가지들을 이용해서 둥지를 틀고 앉아 머리만 내밀고 있었다.

내 눈에는 한 마리만 보였지만 둥지 속에 한 마리가 더 있다고 하였다.

지난 추운 겨울도 그 둥지에서 추위를 견디면서 지냈단다.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지 골치아프단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려니 경계하는 듯 일어서서 그르렁 대며 짓기 시작했다.

강아지들이 그르릉대는 소리 속에는, 비정하게 자신들을 내다 버린, 주인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는 듯 했다.

 

 

 

# 2

아들이 근무하는 보건지소가 119 소방대 옆인지라 유기견과 유기묘들을 자주 보게 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기견 두 마리를 자의반 타의반 돌보게 되었다.

한 마리는 사람을 몹시 따라 아무나 만나기만 하면 꼬리를 치고 달려들고, 다른 한 녀석은 대조적으로 뚱한 표정이었다.

한 마리를 데려다가 키우겠다고 하는 분이 계셨다.

두 마리 중 사람을 몹시 따르는 녀석은 도둑이 나타나도 도둑에게 조차 꼬리를 칠 것 같아서 무뚝뚝한 녀석을 데리고 갔다.

그런데 며칠 후 하도 밤에 낑낑~거리고 울어서 못 키우겠다며 다시 데리고 왔단다.

그리곤 그 강아지를 놔 두고는 사람을 잘 따르는 강아지로 바꿔 데리고 갔단다.

그런데 그렇게 뚱한 표정으로 있던 녀석이 언제 그랬느냐 싶게 아들을 다시 만나자

오랜 주인을 다시 만난듯 따르며 안기더란다.

 

아들이 보내 온 사진을 보니 꽤 잘 생겨서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키우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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