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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들려 온 이야기

병실에서.....장인 어른은 주무시고 조용하니

옆의 환자와 보호자인 딸의  이런 저런 이야기가 얇은 커튼 사이로 그대로 전해졌다.

 

아주 작은 소리 조차 다 들리는데

보호자인 딸의 목소리는 크고 높았다.

 

보기싫은 것은 고개를 돌리거나 잠시 눈을 감는 것으로 막을 수 있지만

귀를 막는 것이란 들어야 할 다른 소리조차 막는 것이므로 그리 할 수 없는 일이라

고스란히 귀로 흘러 들어와 고막을 건드린다.

 

이왕 들리는 소리.

저 집안 사정이나 들어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들으니

그리 소음처럼 들리진 않았다.

 

- 아버지 ~ 내일은 언니가 올 거예요.하고 딸이 말하자

- 내가 다 혼자 할 수 있어.

- 그럼 식사하시고 식기도 내 놓을 수 있으세요.

- 그럼.....다 먹고나면 무겁지도 않은데 뭘~~

그 말을 들은 딸은 언니에게 전화를 한다.

- 언니~~언니 내일 안 와도 돼.  아버지 혼자 하실 수 있대.

 

- 에고~~아들 녀석은 애비가 두 번이나 큰 수술을 받고 누워있는데 나타나지도 않고~~

- 걔 얘기는 하지도 마세요~~난 걔 얘기만 하면 열불이 나요.

뭐라고 뭐라고 누워있는 환자가 이야기를 하자.

- 아버지~~!! 그만 하시라니까요!!

- 그 놈 얘기는 그놈 앞에서나 하세요~~

 

어느새 딸은 화가 치밀자 '걔'에서 '그 놈'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그래도 네가 사회생활을 더 많이 했으니 이해를 해 줘라.

- 이해는 무슨 이해를 해요. 나도 힘들어 미치겠다구요.

 

하면서 하소연 하듯 운영하는 회사의 어려움을 늘어 놓았다.

- 사람 구하기 얼마나 힘든 지 몰라요. 오는 사람도 다 65세 이상이야. 미치구 팔짝 뛰겠어. 정말~~

그러자 아버지가 하는 말이

- 좌파들이 정권을 잡아서 그렇구나.

- 아니야~~아버지 재작년부터 그랬어. 그럼 저 가요~~약하고 식사 잘 챙겨 드세요~~

- 그래 ~~ 걱정마라.

 

소지품을 챙겨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시끄러웠던 소리가 이젠 아쉬웠다.

라디오 연속극이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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