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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내 부재를 실감했느뇨?

 결혼 이후 가장 오랜 기간을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한지 공예를 함께하며 우애를 다진 동네 지인 5명과 함께 여행을 간 것이다.

함께 갔던 다섯 분들은 20여 일 여행을 마치고 귀국을 하였는데

집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처제하고 이태리에서 만나 다시 또 보름 가량을 여행을 더해서

총 38일간 여행을 한 것이다.

 

딸과 단 둘이 지내는 동안 둘 다 서로 바빠

같이 한 집에 살아도 얼굴 보기는 여전히 힘든 나날이어서

서로서로 혼자 생활하는 듯했다.

 

자주 들른 음식점에선 내가 가면

묻지도 않고 내가 먹을 메뉴의 음식을 내 놓았다.

아마도 나를 혼자 사는 사람이려니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에게 주루룩 전화를 해서 집으로 놀러오라고 하면

"응 그래~~집사람 또 여행 갔나 보구나~"하고들 놀러와 주었다.

 

빨래거리는 넘쳐나서

속옷이 입을 게 없을 때서야

아하~~빨래를 해야겠구나~~했고,

 

설거지 거리도 넘쳐나서

밥 먹을 수저가 없을 때서야

아하~~설거지를 해야겠구나~~했다.

 

돈을 내야 하는 고지서와 뜯지 않은 우편물도 책상 위에 쌓여갔다.

우리 둘이는 게으름을 자유로움이라고 여기고, 경쟁하듯 어질러 놓았다.

 

그 사이 제사도 있어 홀로 포와 술과 과일을 준비하고,

국과 밥을 새로 짓는 등 나름대로 격식을 갖춰 제사를 드렸다.

그날은 설거지도 미리 하고 청소도 말끔하게 했다.

 

그리고 내 생일도 있었다.

며늘 아이가 다니러 와서 미리 미역국과 먹을 반찬들을 해 가지고 왔고

케익을 사들고 온 딸이 솔로로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도 들었다.

조카의 수능 격려차 동생네 갔다가 오히려

누이와 동생 식구들로 부터 내 생일 축하를 받게 되어

평상시 보다 푸짐한 생일 주간이 되었다.

 

좋지 않은 일도 일어나서 아들은 차량 접촉 사고가 있었고

딸 아이는 턱과 목 그리고 손에 화상을 입었다.

바쁘다고 화상을 대충 처치해도 되겠다고 여겼지만 엄마가 돌아와서

피부과를 찾고서야 큰 화상임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곁에 있었다고 안 좋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떠난 사람이나 남아 있는 사람이나 서로 곁에 없는 식구의 존재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부재를 실감했느뇨?

뭐~~서로 서로 이런 셈이 되었다.

그리하여 관계 회복의 탄력성이 조금은 좋아졌으려나?

 

어쨌거나 이제 또 다시 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일찍 들어오니?

아~~ 엄마~~또 잔소리~~시작~~

엄마 없을 때가 좋았는데~~ㅋㅋ

 

 

 

기억나? 이 밴드? 전에 로마 트레비 분수 근처 호텔에 묵었을 때 자주 보았던 사람들. 이번에 또 다시 만나서 반갑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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