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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영화 - 택시운전사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를 시사회에서 보았다.

일부러라도 챙겨 보려던 영화인데 무료 시사회라 만사 제쳐놓고 보게 되었다.

비록 앞에서 두번째 불편한 자리지만 전혀 불편한 줄 모르고 보았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조용필의 단발머리가 흥겹게 울려퍼진다.

신나는 신디사이저의 전자음....뿅뿅뿅~~하는 전주 부분에 저절로 흥이나는 곡이다.

송강호도 온몸으로 그 흥을 표하면서 따라 부른다.

그렇다!!

광주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어도

서울에서는 전혀 그 소식을 알 수가 없으니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따라 부르는걸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당시 신문에는 광주사태로 불리워졌고 몇몇 빨갱이 폭도들이 주동이 되었다고 보도되었다.

 

어린 딸하나를 데리고 홀로 살아가는 송강호.

그 어린 딸이 차린 저녁상을 받는다.

 

월세는 밀렸고 딸아이는 발이 작아 운동화 뒷굽을 꺾어 신고 있다.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캐릭터다.

 

그래서 그가 돈을 벌어야 했기에

다른 택시 운전사의 장거리 손님을 가로채도 밉지가 않다.

독일 기자인 손님을 싣고 광주를 취재하고자 거금 10만원에 광주에 다녀오기로 한다.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송강호의 마음처럼

음악은 계속 흥겹게 울려퍼진다.

이젠 혜은이가 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 흘러간다면서 제3한강교를 노래하고 있다.

 

 

<브리사와 포니 택시는 당시엔 참 세련되게 보여졌었는데 영화에서 보니 참 사람 맘이란게 간사하여 유치하게 보였다.>

 

 

광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은 봉쇄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전화 연결도 되지 않는 광주는 고립된 섬이나 마찬가지다.

천신만고 끝에 송강호의 서울 택시는 독일 기자를 싣고 광주에 진입한다.

 

여기서부터는 광주항쟁을 다룬 여느 다른 영화와 비슷하게 진행이 된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해 더 이상의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 듯.

죽음을 무릅쓰고 촬영한 독일 기자가 송강호와 광주를 탈출하는 장면은 오락 활극 영화같다.

마침내 탈출에 성공하여 세계에 광주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나도 그 영상을 80년 더운 여름 어느날,

어느 성당 지하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광주는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영화관에서 교사들에게 무료 시사회 자리를 마련해 주었지만

우리 학년에서는 나를 포함, 가장 나이 많은 두 사람만이 관람하였다.

광주항쟁이 일어날 당시에 성인인 사람 만이 관람한 셈이 되었다.

교과서에서 근현대사로 배운 40대 이전 세대들은 우리처럼 가슴 절절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꼭 봐야지....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독일 기자가 당시 자신을 태워준 택시 운전사를 애타게 찾았지만

결국엔 만나지 못하고 작년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막을 내린다.

 

 

광주에서도 그해 오월..... 장미가 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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