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려고 하는데
내가 입은 티셔츠가 주름이 많이 졌다며 다림질 해주겠다면서 벗어 달란다.
에이~ 그냥 입고 가지 뭐~
아니야~ 보기가 영 그러네~~
하는 수 없이 벗어 주었다.
내가 힘들게 티셔츠를 벗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한심하다는 듯이 한마디 한다.
아니? 옷을 벗을 때 팔을 먼저 빼야지~ 머리를 먼저 빼?
어쩐지~ 머리도 작은 사람 옷이 목부분이 모두 늘어져 있더라니~~쯧~
저렇게 입고 벗으니 안 늘어날 리가 없지~
딸아이까지 덩달아 옷도 제대로 입고 벗을 줄 모른다며 놀린다.
아니? 드라마에서 남자들 옷 벗는 것도 못 봤어요?
복근을 보여준다면서 옷을 벗을 때 팔을 먼저 빼잖아요.
아빠가 무심해서 그래.
곰곰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 옷 벗는 걸 못 본 게 아니다.
그리고 내가 무심한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람마다 다 달라서 이렇게 벗는 사람, 저렇게 벗는 사람이 있을 뿐이고
난 내 방식대로 입고 벗어왔을 뿐이다.
그리고 오래도록 함께 살아왔는데
이제서야 내가 옷을 입고 벗는 모습에서 이상하다는 걸 발견한 다른 식구들이 더 무심한 거 아닌가?
그래서 저녁때 퇴근해서 옷을 벗을 때 내 습관과는 달리 팔을 먼저 빼고 셔츠를 벗어 보았다.
그 방법이 좀 더 편한 것 같긴 했다.
하지만 내가 ‘머리보다 팔을 번저 먼저 빼야지’ 하고 의식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옷을 입거나 벗을 때 수 십 년간 해 온 버릇대로
머리를 먼저 빼고 넣고 할 것이다.
아~~ 우리 엄마는 왜
나에게 옷을 입고 벗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시지 않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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