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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런던홀릭

영국 런던 여행 중....만난 태극기가 걸린 한 한국 음식점.

 

 

 

-한국인들도 매년 200명이 넘게 난민(혹은 망명자)자격으로 영국에 들어온단다.

북한을 나온 탈북자들과 남한의 동성애자들이란다. 영국은 정말 인상 좋은 옆집아저씨처럼 다 퍼주고 잘도 받아준다.

 

-런던에 살다보면 가끔씩 내가 공산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매일 똑같은 옷을 입은 노인들, ....동네 옷 가게의 우울한 인테리어, 그리고 어딜가든 줄을 서 있는 사람들, ........

죄다 사회주의 시스템에 참 잘 어울릴 만한 풍경들이다. 무엇보다 영국인들의 인내심이 그렇다.

 

-모든 불합리함을 참고 견뎌내는 전통은 대처 수상 시절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다같이 고통을 분담하여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나가자는 국가적 비전이 영국인들의 몸에 깊이 각인된 것이다.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살아온, 민첩한 한국인인 나는 절대 적응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다.

 

-지루하고 밋밋한 일상이 곧 행복인 이들에게 변화는 평화로운 목장에 핵폭탄을 터뜨리는 것과 맞먹는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영국인들은 새로운 것을 질색한다.

 

-아마 한국의 스타들이 이 동네에 산다면 그들은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왜 아무도 날 아는 체하지 않느냐고 울부짖으면서 말이다.

 

-한국에서 35년간 경험한 것보다 몇 배는 더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들을 지난 3년새 참 많이도 겪었다.

반대로 한국에서 35년간 경험한 것보다 몇 배는 즐겁고 멋진 인생을 맛보기도 했다.

   

-영국에서 외모로 부자를 가려내기란 정말 힘들다.

 

-일전에 친구나 사귀어볼까하고 런던에 사는 한인 모임에 나간 적이 있다. 참 따분한 자리였다.

한국말을 못해 다들 몸살이 났는지 쉴새없이 수다를 떠는 아줌마 부대였다.

새로 온 나에게 그들은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었다.

한국에서 뭐하셨어요? 옆자리 아줌마가 조심스레 물었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어요.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러자 맞은 편에 앉은 한 아줌마가 대뜸 끼더들었다. “기자는 상대를 말아야지. 뒤에서 등쳐먹는다는데?

아니, 이 아줌마 정신이 나간거 아냐. 어디 사람 얼굴에 대고 그렇게 심한 말을?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다른 아줌마가 진화에 나섰다.

그럼 중앙일보에서 일했으면 중앙대 나오셨겠네요?“ 참 가지가지한다.

그럼 조선일보 기자는 조선대 출신이고 서울신문 기자는 서울대 출신인가?

그날 이후로 그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런던홀릭

 

-영국인들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들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영국인들과 친구가 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영국인들이 얼마나 타인종을 배척하고 증오하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영국 TV광고의 특징은 연예인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단 두명 앤디 맥도웰, 조지 클루니

 

-유행이 모든 여자들을 몰개성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여름 한국에 갔을 때 나는 내가 탄 비행기가 북한에 잘못 떨어진 줄 알았다.

모두들 김일성 대학에 다니는 수수한 대학생 처녀같은 모습을 하고 거리를 활보했다.

알고 보니 그 여름의 패션 코드는 하얀색 반팔 셔츠에 짧은 감색 플레어스커트였다.

런던의 그 부조화스러우면서도 개성 넘치는 패션에 묻혀 살던 나에게 김일성 대학 처자들은 너무나도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길 지나가는 그 처자들을 붙잡고 나는 묻고 싶었다. , 진정 이 패션이 멋지다고 생각하니?

 

-영국에서 사업을 할 경우 천국이 따로 없다. 각종 규제도 없다.

개인 사업자의 경우, 사업자 등록을 할 필요도 사업에 걸맞은 자격요건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이 있으면 그냥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선 정부에 자발적으로 세금만 내면 된다.

프랑스의 경우, 사업을 하려면 정부에 등록을 하고 각종 자산 규모와 빚, 그리고 그 사업에 맞는 자격을갖췄는지 등을 문서로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영국에서는서류 업무가 필요없다. 사업하기가 상대적으로 편하다.

 

-폭설로 비행기 운행이중단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항의 차가운 바닥에서 잠을 잤다.

공항에 발이 묶인 여행객들은 공항 직원들의 무관심을 비난했다.

아무도 음식이나 담요 등을 지원하는 이가 없었다. 심지어 종합병원 응급실도 문을 닫았다.

나는 이것이 국민성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어떻게든 역경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영국인은 뭔가를 의도적으로 바꾸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둔다. 자연의 힘을 거스르지 않고 그냥 묵묵히 받아들이고 불편함을 견뎌낸다.

 

< 런던홀릭 / 박지영 지음 / 푸르메 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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