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여행을 마무리하는 날
체크 아웃하고 짐을 맡기고 나왔다.
3시까지 시간 여유가 있었다.
딸 아이가 음반과 책을 사다 달라고 해서 서점에 갔다.
본드 스트리트 역에서 내려서 서점도 들르고 음반 판매점도 들렀다.
하지만 우리가 사려던 책과 음반은 없었다.
지하와 지상 2층으로 이루어진 다운트 서점은 서점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이다.
비록 여행관련 서점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은 3개, 일본은 2개의 책꽂이에 책이 진열되어 있고,
스리랑카도 책꽂이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관련 책은 책꽂이는 커녕 동아시아 책꽂이에도 한국관련 책을 찾기 어려웠다.
여행 할 곳이 없어서? 아니면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의 현주소인가? 아무튼 씁쓸했다.
이렇게 돌아다니다 생각난 것이
샌드위치, 우유,삶은 감자등 점심 거리로 만들어 놓은 것을 고스란히 기숙사 냉장고에 놓고 온 것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이곳 저곳 열어보는데
다 보았다고 안 봐도 된다고 하더니~~쯧....
그곳을 나와서 사치 갤러리를 찾아갔다.
그런데 그곳에선 롤링스톤즈 관련 전시도 함께 하고 있어서 입장료 23 파운드를 내야 한단다.
롤링스톤즈에 대해 그리 조예와 관심이 적고, 입장료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자라매장에 들어가더니 자라 목을 따오려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안 나온다.
티셔츠 2장을 5.9 파운드에 샀다고 좋아한다.
웨스트민스트 사원을 들러서 돌아오는 도중에 로마 시대 목욕탕이 있다는 작은 안내 글을 보고
골목길로 접어 들어서 두리번 거리며 찾아 보았다.
마침내 으슥한 골목의 한쪽에 유적이 있을만한 곳이 아닌 곳에 있었는데
우리처럼 찾던 사람들도 반겨하면서 유리창 안을 들여다 보았다.
옆에는 경고 문구가 써 있었는데, 이 지역이 위험한 곳이니 빨리 나가라는 것이었다.
하긴 한낮인데도 으슥한 막다른 골목에 인적도 없어,
불량배를 만나면 꼼짝없이 짐을 털리기 딱 좋은 곳이었다.
기숙사에 돌아와 맡겼던 캐리어를 끌고 나오면서 아무래도 벼룩시장에서 산 인형은
캐리어에 넣으면 깨질 염려가 있다고 철제로 된 통에 넣어서 들고 가겠단다.
그리곤 그 통을 비닐 쇼핑백에 넣었다.
그런데 전철을 타러 내려가는 계단에서
짐과 캐리어를 들고 내려가다가 그만 인형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놓치고 말았다.
으악~~!!!.......떨어진 인형이 든 철제통이 샌달 밖으로 나온 내 발가락에 떨어졌다.
돌바닥에 떨어졌다면 분명 인형의 어느 한부분 금이 갔거나 했을텐데....
내 발가락에 떨어지는 바람에 충격이 완화되어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내 발가락은 엄청아팠다. 인형과 내 발가락 중에 뭣이 중헌디?
히드로 공항을 가는 전철 안은 후덥지근했다.
그런데다가 갑자기 서 버렸다. 뭐라고 안내를 하는데
출입문에 이상이 있어서 점검을 하려고 잠시 쉰다는 것이었다.
하필 출국하려고 공항을 가는데 이런 일이.......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불안했다.
내 앞에 앉은 애기 엄마는 승객이 적어서 그랬을테지만, 갓난 아이에게
전철 안에서 자연스럽게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다.
내 어린 시절 우리네 어머님들의 모습을 본 이후론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그 당시엔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가 자연스러웠었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선 보기가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모성과 노출 사이에서 논쟁이 뜨겁다.
어쩌면 애기 엄마를 위한다고 공공장소에 모유수유 장소를 만들어 놓은 것은
다른 장소에서는 모유 수유를 하면 안된다는 뜻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공항 가는 지하철을 제대로 탄건지 지하철 노선도에는
상일동과 마천행으로 갈라지는 서울의 지하철 5호선처럼 갈라지는 것이었다.
우린 앞에 모유 수유하는 여자의 남편에게 물었다. 공항을 가는거 맞는지?
맞는다고 하였다. 시간도 여유가 있었지만 잘 못탔다면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오르내릴 생각을 하면 ??
또 다시 인형이 발등을 찧을런지도 모른다.
전철에서 내려서 전철 카드에 남은 돈과 카드값을 환불 받았다. 14.7파운드였다.
우리 돈을 돌려받는 것인데도 마치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귀국행 비행기를 타러 간다. 이제 런던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웨스트민스트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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