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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여행 2일째 기록 - 오르셰와 루브르

시차 때문에 새벽에 일어났다.

시차가 다르니 아이들의 여행 잘 다녀오라는 발랄한 메세지를 새벽에서야 확인했다.

자고 일어나니 어제보다 기분이 호전되었다.

 

배 고파?  아니~~

하지만 금세 거짓말이 들통 났다. 배에서 연이어 꼬르륵 소리가 난 것이다.

들렸어? 난 나만 들리는 줄 알았는데....ㅎㅎ

우리 둘이는 식성만 다른게 아니라 배고픈 주기도 달랐다. 허기의 주기.

아침을 챙겨 먹고 이른 아침이라 텅빈 루브르 광장 앞 튈릴리 정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까마귀 한마리가 플라스틱 컵에 있는 무언가를 쪼아 먹다가 내가 가까이 가자 컵을 부리로 물고 총총총 뛰어갔다.

 

뮤지엄 패쓰 2일권, 4일권,6일권이 있어서 우리가 5일 머무를 예정이니 4일권을 구입하였다.

일인당 62유로였다. 4일동안 미술관,박물관을 몇 번이고 들어갈 수 있는 자유이용권이니 싼 셈이다.

교통 티켓도 10회권을 14유로를 주고 구입을 하였다.

이제 파리를 여행 준비를 갖춘 셈이다.

 

파리에 왜 또 가? 오르셰가 그렇게 좋아?

 

어떤 사람이 왜 좋은지 묻는 것이 어리석은 것 처럼 우리에게 오르셰가 왜 좋은지 묻는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이런 충격적인 일도 오늘 목격했으니 말이다.

 

오르셰를 돌다가 잠시 난간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한국사람의 말이 들렸다.

여자는 체구가 아주 작은 여자였고 뒷모습이 보이는 남자는  키가 180 정도 돼는 거구의  청년이었다.

고등학생이나 아니면 대학생 정도 돼 보였다. 대화를 통해 모자간인 것 같았다.

 

"여기가 철도역이었는데 이렇게 멋진 미술관으로 바뀌었어."

엄마의 자상한 설명에 뒤 이은 아들의 반응은 충격을 훨씬 넘어서 바로 옆이었다면

비교적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을 안하는 나조차도 뭐라고 한마디 안하는게 비정상이라 여겨질만한 이야기였다.

아마도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으리라 상상을 못해서 나온 이야기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덤프트럭이 미술관으로 바뀌었건, 공동묘지가 미술관으로 바뀌었건 난 상관없단 말이야~~!!!"

 

그 순간, 차마 엄마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엄마를 위해서도 우린 가만히 있어야 했다.

아마도 엄마는 오기 싫은 아들에게 걸작들을 보여주려고 여기까기 구슬려 데려왔을 것이다.

그래도 초등학생도 아니고, 아무리 관심이 없는 분야라 할지라도 내 마음 속에선 용서가 안되는 장면이었다.

엄마가 느꼈을 참담함은 어떤 것이었을지 말로 안해도 과민하기 때문인지 내 가슴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그날 이후 우리도 의견이 다를때 그 이야기를 패러디했지만

이야기 끝엔 항상 안타까움이 남아 더 이상 우스개의 소재로 삼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웃픈 이야기였지만

난 슬픔 쪽에 방점을 찍고 싶었다. 그만큼 엄마의 안쓰러움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 있는데 줄 사이에서 물을 팔고 있던 청년이 경비원의 고함 소리에 쫓겨 물러났다.

물끄러미 그 청년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청년이 안되어 보였다. 그 스스로 흙수저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하늘에 구름이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았지만, 다행히 우리가 입장하고 나서야 비가 쏟아졌다.

 

루브르에서 우린 좋아하는 그림 앞에선 마냥 있었고, 사진을 찍었다.

아마 지난 번에 와서도 똑같은 그림 앞에서 서 있었을 테고, 똑같은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다음 언젠가 다시 오르셰나 루브르에 와서는 똑같은 패턴의 동작을 반복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내 속에 내장된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미술에 조예가 깊거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나는....

미켈란젤로가 어떤 말을 했고, 미술사조가 어떠한지, 어떤 화가가 더 먼저 태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그림 앞에 있으면 그것 뿐.

나는 장학 퀴즈에나 나올 법한 문제에 답을 알고 있지도 못하다.

 

루브르를 우린 4일 동안 하루에 한 층씩 보기로 하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큰 목소리의 수많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소리가 들렸다.

인해전술이란 전쟁 때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르셰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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