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하루 전에야 체코를 여행할 때에는 영문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로는 우리나라 여행객이 병원에 갔는데 아마도 병원비가 문제가 되어
열흘가량을 억류(?)되는 일이 있고부터는 동양인들에게 영문보험을 요구하게 되었단다.
영문보험을 들려면 시간도 걸리는데다가 어제는 일요일이어서 우린 공항에서 들기로 하였다.
그런데 가격이 일인당 7만원이란다. 예정에 없던 7*4=28만원이 지출되게 생겼다.
보험을 들었는데 별도로 영문보험을 또 들어야 한다는 게 이론적으론 말이 안 되었지만,
체코에서 요구하니 별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린 그냥 가고 만에 하나 요구하면 벌금을 물기로 하였다.
하지만 우리보다 늦게 출발해서 합류하는 누이들에겐 이 사실을 알려서 영문보험을 들라고 말해주었다.
공항에서 짐을 부치는데 항공사 직원이 요금을 더 내면,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집사람과 제수씨는 찬성하였고 나와 동생은 미적거렸지만, 이건 분명 행운이라면서
신혼여행 한 번 더 하는 셈 치고 가자고 해서 우린 난생 처음 비즈니스석을 타고 가게 되었다.
땅콩을 얌전하게 제공하지 않았어도 우린 충분히 10시간동안 만족하면서 갔다.
의자를 젖히면 침대처럼 누워 잠을 잘 수도 있는 충분한 공간이 마련되었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여 다시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탔다.
다시 1시간 정도를 날아 마침내 프라하에 도착하였다.
까다롭게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검색을 한 덕분인지 프라하에서는 별다른 검열없이 통과 시켜주었다.
나오는 도중 뒤돌아보니 동생 내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앞 사람들을 따라 가다보니 중국인 단체 관광객 차에 탔었다가 내렸단다.
밖으로 나오니 호텔까지 우리를 픽업해 갈 거구의 운전사가 집사람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
30분 정도 거친 운전 끝에 그는 우리를 한 건물 앞에 내려주더니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하곤 2층으로 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곳이 우리 숙소인줄 알고 힘들게 엘리베이터가 없는 계단을 캐리어를 끌고 올라갔더니
그곳은 단지 예약 확인을 하고 열쇠를 받는 사무실에 불과하였다. 열쇠를 건네주면서 이 건물이 아니라
여기서 400m정도 가야 우리 숙소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내려왔다.
안내인이 알려준 지도를 받아들고 가는데 밤늦은 낯선 거리를 지도를 보고 가자니 힘이 들었다. 더구나 나는 길치가 아니던가?
영어가 능숙한 동생이 서 있던 경찰에게 길을 물었다.
경찰을 보니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영문보험을 들지 않은 게 찔렸지만, 우려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찾는 아파트형 숙소는 KFC건물 옆이었다. 우리에게 KFC건물 옆이라고 알려만 주었어도 고생을 덜 했을텐데....
다른 건물엔 별로 없는 자극적인 색깔의 간판에다가 다소 쌩뚱 맞은 듯 KFC 할아버지가 서 있어서 쉽게 구분이 되었다.
짐을 풀고 12시가 넘었지만 바람을 쐬러 나왔다. 술에 취해 젊음을 주체하지 못한 젊은이들 몇몇이 몰려다니고 있었다.
초봄 날씨처럼 쌀쌀한 바람이 을씨년스러웠고 진동하는 말 오줌 냄새도 우릴 빨리 숙소로 돌아오게 했다.
성을 비추던 조명도 새벽 1시가 되자 꺼져버렸다. 이제 시작이다.
환승하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엔 쉴새없이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
비즈니스석이라 그랬는지 기내식도 좋았고, 누워서 잠을 자다가, 영화를 보다가, 밥먹다가 뒹굴거리면서 가다보니 훌쩍 10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지나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체코 프라하로 가는 루프트한자 여객기.
사람마음이 간사한 것이 한시간여 탄 비행기임에도 비즈니스석에 비해 좌석이 좁으니 답답하게 느껴졌다.
프라하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아파트형 숙소엔 조리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천정이 아주 높아서 여느 호텔보다 나아 보였다.
새벽 한시가 다 된 프라하 거리엔 말 오줌냄새가 코를 찔렀고, 여름인가 싶게 찬기운이 감돌았다. 젊은이들만이 들뜬 감정을 주체 못하고 커다란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공항에서 우리 숙소까지 우리가 지나온 길 픽업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밤중에 찾아가기 힘들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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