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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제사와 전통

전통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어떤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집안에서 기르는 누런 강아지가 침을 흘리면 제사 음식에 눈독을 들이더란다.

주인은 제사 지내는 도중에 강아지가 제사상 위의 음식을 건드릴 것 같아서

강아지를 제사상에 접근을 못하게 목줄로 기둥에 묶어놓고 제사를 지냈다.

 

다음 제사 때에도, 또 그 다음 제사때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세월이 흐르고 흘러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갔다.

 

강아지가 제사상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묶어놓는 것에서 시작되었던 것이

이제는 전통이 되어 강아지 없는 집에서는 일부러라도 누렁이 강아지를 사다놓고

줄로 집안 기둥에 묶어놓고 제사를 드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뭐라고? 강아지 없이 제사를 지낸다고?

강아지 없이 제사를 지내는 것은 불효막심한 일이며 조상을 버린 자식이 되었다.

누런 강아지는 마침내 죽은 자와 산자의 연결고리 즉, 메신저처럼 여기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보신탕으로만 대우받던 누런 강아지는

어떤 애완용 강아지보다 몹시 비싼 값에 판매가 되었다.

누런 강아지를 살 형편이 못되면 다른 색깔의 강아지라도 묶어놓았고,

그마저 준비하기 힘들면 강아지 인형이라도 가져다 놓고 지내야했다.

그래야 조상을 볼 면목이 서는 것이다.

살아생전에 잘 모시고 못 모시는 것은 상관이 없다.

누렁이 강아지를 묶어놓고 지내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효성스런 자손의 척도가 된 것이다.

 

 

<아이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좋아하는 강아지 인형을 보다가 누렁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ㅎㅎ>

 

 

누구나 한번은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지만, 누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집에서 강아지 없이 제사를 지내서 ....

그래서 돌아가신 거야....하는 이야기들을 하였다.

 

강아지를 살 형편이 못 되어 강아지 인형을 사다놓고 지냈는데 우환이 생겼다고 하면

살아있는 강아지가 아닌, 강아지 인형을 놓고 지내서 우환이 생겼다고 하였고,

살아있는 강아지를 묶어 놓았는데도 우환이 생겼다면, 누런 강아지가 아닌 다른 색 강아지라서 그렇다고 하였고,

누런 강아지를 묶어놓았는데도 그런 안좋은 일이 생기면, 줄을 허접한 줄로 묶어서 그런거라고 하였다.

 

누런 강아지를 고급스러운 줄로 묶어놓았는데도 우환이 생겼으면, 너무 어린 강아지를 묶어놓고 지내서 그랬다고 하였다......

누런 강아지와 관련된 온갖 이야기를 각자 나름대로 갖다붙이고 해석을 하였다.

모든 묘지석으로는 강아지 조각품을 산소 앞에 놓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나갔고, 누런 강아지 산업은 매우 번창하였다.

살이 디룩디룩 찐 누렁이를 애완견 유모차에 싣고 고이 모시고 다니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부모님 살아생전 모시지도 않고 개망나니 짓을 하였어도

값비싼 누렁이에 황금 목줄을 묶어놓고 지내면 그 개망나니는 효성스런 아들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부모님 살아생전 지극정성으로 모셨어도 제사를 누렁이 없이 지내면 그것은 불효막심한 일이 되었다.

 

아름다운 전통을 지키는 일도 필요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것은 중요 할 것이다.

눈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그에 알맞은 유연성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야 우울증도 생기지 않고 삶에 의욕도 생기는 법이다. 너무 전통만 고집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7,80대 노인들이 우기면 그들의 주장을 꺾고 싶지는 않지만, 5,60대들에게는 내 주장을 하고 싶단 생각이다.

 

제사를 어떤 방법으로 지내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지내고

자손들 오순도순 모여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돌아가신 분들에게 보여주는 올바른 후손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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