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배낭여행 15일째.....고흐마을 가는 날 .
기차를 타는데 고생을 좀 했다. 우선 잘 모르니 물어보고싶지만
들어온 기차역 안에는 대부분 바쁘게 파리로 출근하는 사람들이라 물어 볼 엄두가 나지를 않았다.
역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안내하는 안내소 같은게 어디 있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한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처럼 바쁜 걸음을 하지 않아 여유롭게 보여 물었다.
우리 이야기를 듣더니 밝은 얼굴로 알려주겠다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 사람을 따라서 안내원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안내원에게 지도에 있는 오베르 쉬르 우와즈 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고
우린 힘들게 기차에 올랐다.
그런데 그 긴 기차 안에는 우리 내외와
덩치가 크고 시커먼 남자 한사람 뿐이서, 마치 오래 전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에 탄 기분이 들었다.
맞게 탄 것인지도 걱정이 되었지만 다음 역이 지도에 나타난 역이름과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우와즈라는 명칭을 가진 역이 여러 곳에 있었고 그중 오베르 쉬르 우와즈역은 중간에 내려서 다른 기차로 갈아타야 했다.
기차로 한정거장이라 지도상으로 보아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을 것 같고,
그동안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씩은 걸은 편이라 단련이 되어 누가 뭐라 하지않아도 의기투합 걷기로 하였다.
한 시간 남짓 걷는 도중 우리처럼 걷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오직 한사람, 이케야 잡지를 우편함에 꽂고 가는 한 남자를 만난 게 유일하게 걷는 사람이었다.
이 아름다운 곳에 걷는 사람을 보기 힘든게 신기했다.
마침내 마을에 도착해 한 청년의 도움으로 벽에 붙은 안내지도를 찾을 수 있었다.
이 마을이 고흐 마을이라고 알 수 있었던 것은
동네 곳곳마다 고흐가 그림을 그린 장소에 고흐의 그림이 세워져있었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여기에서 저 건물을, 저 나무를 그렸겠구나. '하고 짐작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더욱이 그림을 그릴 당시의 모습으로 다른 건물을 짓지도 않고,밀밭이면 밀밭, 성당이면 성당이
당시의 모습으로 개발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화가의 감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을을 돌며 그림을 본 우리는 고흐가 살았던 방을 찾아보기로 했다.
분명 이 건물 어디쯤인데 찾을 수가 없네?
올라갔다가 고흐관련 물건들을 파는 곳을 구경하고 내려왔다.
어디 있다는 거지?
우린 내려와서 다시 안내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분명 우리가 내려온 그 건물에 있다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여기로 들어가 볼까?
건물 일층 옆으로 작은입구가 하나 있어 들어가자 좁은 계단이 나타났다.
우리보다 앞선 단체 관광객이 이층 외부계단으로 빠져나가고 우리는 내부계단으로 올라갔는데
그 타이밍이 딱 맞아, 마침내 3층 고흐의 방에 올라갔을 땐 우리 둘 밖에 없었다.
살며시 들어가 보았다. 방에는 달랑 의자 하나만 놓여 있었다.
아주 작아 가구없이 두 사람이 눕는다면 꽉 찰 것 같은 그런 방.
와아~~이런 방에서 기거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니.
그렇다면 여기 오기 전 몽마르뜨 언덕 아래에 있었던 방은 얼마나 더 열악했었을지 짐작이 되었다.
고흐의 동상이 있는 공원을 지나 그의 묘지를 찾아갔다.
묘지가 나폴레옹의 묘처럼은 아니더라도 명성에 걸맞는 장식이 되어 쉽게 눈에 뜨일 줄 알았더니
수많은 묘 중에 하나일 뿐이었고,오히려 다른 묘와는 달리 초라하고 이름이 새겨진 기와장만한 표지석만이 달랑 세워져 있었다.
아마 고흐가 네덜란드 사람이라서 그랬을지.....살아생전 찢어지게 가난해서 그랬을지......
이런 상태인줄 알았다면 꽃다발이라도 들고 왔어야 하는 건데....그치?..
걸으면서 보았던 과수 농가들을 보면서 이마을이 맑고 쾌청한 햇살이 많은 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조차 우울증이 완화되지 않고 37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그 우울의 깊이가 얼마나 깊었을지 짐작이 갔다.
그 옆에는 동생 테오도 같이 있다. 형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았던 동생도 6개월후 세상을 떠났다.
기차에 승객이라고는 우리 말고 저 사람 한 사람 뿐. 은하철도 999~~생각이....
고흐 마을 찾아가는 길.....걸어다니는 사람이 안 보인다.
마침내 나타난 오베르 쉬르 우와즈 이정표.
고흐가 그림 그린 장소에 이렇게 고흐 그림이.....
이렇게 좋은 풍광 속에서도 우울은 얼마나 깊었으면....저 벌판 어디 쯤인가에서 권총으로......
기념관에선 이렇게 슬라이드 상영을 해 주었는데.... 말은 못 알아들었지만 배경음악과 화면이 너무 좋았다.
저 건물에 3층이 있으리라곤 생각을 못 했다..
지붕에 붙은 창문이 고흐방 맞은 편, 천정에 붙어 있는 방 창문 .
고흐 동상 뒷 모습 - 화판을 짊어지고 가는 삐쩍 마른 모습이 인상적.
고흐묘지 가는길...앞서거니 뒷서거니 갔던 세 아주머니. 기차역에서 기차 기다리는 동안 앉아서 수첩에 고흐가 그렸던 성당을 그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 끝 벽쪽에......다른 무덤과 달리 초라한 고흐 형제의 묘지
고흐가 죽고 형을 헌신적으로 돌보던 동생도 6개월 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