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동네엔
지름 50cm~60cm정도 될까?하는 하수구가 언덕 아래로 삐죽이 나와 있는 곳이 있었는데
나는 이따금 친구들과 그 속으로 기어 들어가서 반대편으로 빠져 나오는 놀이를 했다.
한참을 가면 길가에 구멍이 난 곳으로 빠져 나올 수가 있었는데,
30m정도 되는 거리이지만 그 속에 있는 시간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열정에 휩싸여, 그 놀이를 계속하곤 하였다.
물이 많지 않았고, 차량통행도 많지 않은 길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빠져나오고 나면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나서는 또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몇 몇 아이들이 함께 한 놀이였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을 기어서 한참을 가다보면
가느다란 빛줄기 하나를 만나게 되고 그 빠져나온 뒤의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몇 차례 계속하다가 동네 어른들에게 혼이나야 멈추곤 했다.
왜 그런 무모한 놀이를 했는지....
2013년 초가을을 빠져나오면서
그 시절 그때가 문득 떠 올랐다.
지금...상처는 심했지만,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졌을까?
지천명이 아니더라도.....
불혹도 아니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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