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는 동네 분이 하시는 말씀이
“어제 저녁에 어디가던데?”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 응.... 자네 차 925* 이 지나가는 걸 보았거든."
가끔 모임을 함께 하는 분인데
이런 식의 표현을 많이 하신다.
925* 오늘은 나보다 늦었네.....
925* 오늘 일찍 출근하던데....
아마도 이 분이 사람들을 기억하거나 떠올릴 때는
그 사람 소유의 차 번호가 먼저 생각나는 모양이다.
이야기 할 때도 이 사람의 입에서는 숫자가 자주 튀어나온다.
아마도 이과 성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사람이 즐겨 먹는 음식도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나를 마른 사람으로
어떤 사람은 누구의 아빠로 부르고
어떤 사람은 나를 일층사는 아저씨로 부른다.
사람마다 각자 나름대로 쓰고 있는 안경을 통해 보는 것이다.
모자 장수는 머리의 크기로 사람을 판단하고
신발 장수는 발의 크기로 사람을 판단하며
운동을 하는 모임에서는 운동 기능이 그 사람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되고
수험생에게는 시험점수가 그 사람의 가치 판단 요소가 된다.
아무튼 다 자기 나름대로의 자를 가지고 그 사람을 재단하고 평가하며
그 사람이 처해 있는 현재 상황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도 달라진다.
<가지고 있는 휴대폰이나 많이 사용하는 앱도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일 것이다.>
그 모든 것의 총합이 그 사람의 본 모습일테니,
본 모습을 잘 알기란 얼마나 힘든가 말이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다른 사람더러 나를 알아달라고 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완벽하게 한 사람을 표현해 낸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 온 집사람도
내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비를 보면서 킬킬대는 모습이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니 말이다.
심지어는 똑같은 사람을
어떤 사람은 아주 몹쓸 사람으로 어떤 사람은 아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종종 인용되는 이야기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
예수와 가롯유다의 모델이 동일 인물이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사람이 숭고한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추악한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하니 말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도 사람마다 나름대로 해석이 다 다를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은 애매모호하고 아이러니하고 불명확하고, 뜬구름 같기도 하고 드라마틱하고,알록달록한
아무튼 뭔지 모르는 상태로 그저 굴러가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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