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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오래 전 월급봉투 한 장이

나를 과거로 돌아가게 했고....

그리고...그 중간의 모든 시간들은 무너져 내렸다.

 

 

 그땐 자가용이 있는 선생님도 거의 없었고,

컴퓨터란 것도 학교에 없었을 시절.

그래도 학교엔 낭만과 행복한 기운이 넘쳐 흘렀다.

 

내가 처음 발령을 받은 학교는

노선 버스가 다니는 큰 길에서 20분 가량을 걸어올라가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퇴근 무렵 버스를 타려고 내려오다보면 시장 골목을 지나야 하는데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내려오거나, 아니면 혼자 내려오게 되더라도 먼저 술 한잔을 시켜놓고 앉아있는

동료들을 만나게 되거나 ..... 아무튼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당시에는 외상을 하는 술집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곳에 외상을 달고는 참석 명단을 적어 두었다가 월급날 한꺼번에 외상을 갚곤 하였다.

 

지금과는 달리 월급날이 되면

현금이 들어있는 월급봉투를  서무실(지금은 행정실)에서 나누어 주었다.

결혼한 선배들은 외상값을 제하고 나면 홀쭉해진 월급봉투에

집에 가져가야 할 월급이 적어서 전전긍긍.

어떤 결혼한 선배는 서무실에서 새 봉투 달라고 하여서

월급액수를 조금 줄이는 꼼수를 쓰는 선배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낭만적인 풍경들이다.

 

월급날이면 총각 선생들이 담당했던 일이 한 가지 있었는데, 

한 사람이 술집 한 군데씩 담당해서 월급 전 날 외상장부를 술집에서 가져와서는

날짜 별로 술자리에 참석한 사람수 대로 외상값을 나누어

각자 얼마씩 내야하는지 계산해서 월급날 술집에 외상값을 가져다주는 일이다.

 

외상을 값는 날은 아무리 먹어도 술집에서 술값을 받지 않았다.

완전 술집 수금해 주는 일이었으니 술집에서 칙사 대접을 할 만도 했지...싶다.

 

 

 

그 당시

돈암동 로타리에서 마지막 술자리를 하고 헤어지는

동료들의 택시를 잡으려는 외침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금호동~~금호동~~

굴레방다리~~ 굴레방다리~~

동료들이 다 가고 나면 터벅터벅

우리 집으로 향하던 그 길

그 발걸음.

아~~옛날이여~~

 

낭만에 대하여,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최백호가 말했던가? 왠지 가슴 한 곳이 비어있는...것 같다고.

과거를 추억하는 내가 그러하다.

아련함이 내 눈가에 잽을 먹이고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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