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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나가수

 

내가 즐겨 보는 몇 안되는 TV프로그램으로는

라디오스타와 무릎팍 도사, 그리고 바둑 프로이다.

이제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었으니 야구도 보면서 열을 내게 될테지만....

 

 그런데 내가 보는 프로는 아이들이나 집사람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간혹 기웃하다가는 "뭘 그런걸 보며 키득거리고 있어. 애들처럼~~" 하는 반응을 보이던가.

아니면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아무 변화도 없는 밋밋한 바둑을 긴 시간 보고 있는 내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 아직도 보고 있어? "하는 정도....

 

나 이외에 다른 식구들이 보는 프로는 , CSI나 케슬같은, 모조리 미드 종류이다.

우리 집에선 드라마를 보는 일은 거의 없고 같이 보는 프로래야 뉴스정도?

그나마 일본 지진이나 리비아 사태등 굵직한 뉴스들이 장식할 때 뿐이다.

그 이외에는 각자 보고 싶은 걸 본다.

한 집에 사는 식구 들끼리 이렇게 취향이 다를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식구들이 유일하게 같이 기다리며 보는 프로그램이 생겼으니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다.

같이 보는 정도가 아니라 숨소리조차 죽이고 손에 땀을 쥐며 몰입해서 본다. 우리 네 식구 모두다.

그 시간은 화장실도 안가고 물도 마시지 않고 부스럭대는 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전화가 와도 아무도 받으려 하지않는다.

 

 

 보는 도중 아이들은 몰랐던 예전 좋은 노래가 나오면 '저렇게 좋은 노래가 다 있었어?' 하면서 누가 부른 노래인지,

그 가수가 누구인지 지금은 노래 안 하느냐는 등을 묻는다.

 

아무튼 그 프로에서 정말 온 정성을 다 해 부르는 가창력있는 가수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나는 가수다.'가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진짜 가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프로 가수들의 서바이벌을 보면서 경쟁에 극한을 보고 그 경쟁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내게도 느껴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정말 요새 노래하는 젊은 아이돌과는 참 다른 가창력의 진수들을 보여주는 가수들을 보고는

음원차트를 싹쓸이했다는게 당연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가창력있는 가수를 목말라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전 LP판을 들여다 보면서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듣고 싶기도 하다.

음악이 실어나르는 아득한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겨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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