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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가라앉은 날

 

 

 우리나라가 우루과이에 패하면서 우리의 월드컵은 이제 끝났다.

하루종일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멍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16강이란 목표를 달성하였음에도 우루과이와의 경기가 너무도 아쉽다.

나이가 좀 든 나도 그런데 혈기방장한 10대 20대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화도 나고 욕도 하고 싶기도 하겠지 싶다.

 

 그런데 욕을 할 마땅한 대상이 없으니

결정적 기회를 놓친 이동국과 이름이 같은 동국대학교 게시판에  몰려가서 화풀이를 하고

나이지리아전에서 페널티킥의 빌미가 된 김남일의 별명이 진공청소기라서 진공청소기 회사에 가서 화풀이를 한다.

이런 일들이 그저 한때의 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제 차분하게 다른 나라의 경기를 구경하던가. 아니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나도 쉽게 가라앉지는 않는다.

시간은 모든 것을 잡아먹는 괴물이니 아쉬운 마음도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모든 것은 다 지나가리라.

 

 나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자전거 도로를 걷다가 지천으로 핀 개망초를 보다가

집에 와서 마가렛이 까고 있는 마늘을 까보니 마늘 까는 일도 쉽지가 않고 손도 쓰라리다.

얇은 속 껍질은 잘 벗겨지지도 않는다. 마늘 한그릇 까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마늘하나 까는 일도 쉬운게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내 맘대로 쉽게 되는게 없다. 8강까지 가면 또 4강까지 가고 싶고 또 가보지 못한 결승까지 욕심이 나지 않겠는가? 

우승은 한나라 뿐이니 우승을 해야만 허기가 해결된다면 그건 쫌 지나친 일일터이다. 여기서 만족을 하자.

지난 월드컵 우승, 준우승국인 이탈리아와 프랑스도 16강에서 떨어졌는데 우린 16강에 오른 것만 해도 그게 어디냐 하고  생각하다가

일본이 파라과이를 이겨 8강에 오르면 배가 아파 어쩌나 싶기도 하다.

 

우리 뭐하고 밥먹을까? 마가렛이 메뉴를 묻는데도 먹고 싶은 것도 없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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