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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느리게 살기

 

 

 후배가 오래전에 영화 식스센스를 개봉관으로 보러 가서

길게 줄을 서 있는데 우르르 먼저 본 관객들이 나오더란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귀가하는 버스에 올라 탄 한 녀석이 버스 창문을 열고는 

" 저 대머리(부르스 윌리스)가 유령이다.~~" 하며 중요한 결말을 이야기하면서 고함을 지르더란다.

얼마나 약오르고 속이 상하던지....

 

누군가는 먼저 본 사람이 결말을 이야기하면 가서 한 대 후려쳐주고 싶다고 말하곤한다.

그중에서 가장 반전이 돋보인 식스센스를 그런식으로 말 해버렸으니,,,,,

아마 근처에 있다면 보기 위해 줄을 선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봉변을 당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결말을 알고나서 두번째 보는 재미가 있는 경우도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올드보이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를 다시보았다. 

세 편 다 박찬욱 감독 작품이다.

결말을 다 알고 보니 박진감과 긴박감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처음볼 때와 달리 놓쳤던 장면이나 놓쳤던 대사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감독이 깔아놓은 복선도 보이는 듯하고 말이다.

처음 볼 때는 빨리 결말이 궁금하여 놓치고 만 장면들이 많았다.

우리는 가끔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라 남들이 다 보니까 보게 되는 영화들도 있다.

남들과의 대화에 참가하려면 현재 개봉관에 상영하는 흥행영화는 꼭 봐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저 때리고 부수고 하는 오락영화야 두 번 보기에 시간이 아깝지만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은 다시 한번 볼 가치가 있다.

 

 결과를 알고 같은 영화를 두번이나 세번째 볼 때는 여유있게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우리네 삶이란 것도 결말(죽음)을 알고 있으니 그걸 인식하면서 살면 좀 더 여유있게 관조하면서

알레그로 비바체의 삶이 아니라 저 어항 속 물고기처럼

 천천히 라르고의 삶으로 되새김질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어디 세상 일이 내 생각되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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