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이라곤 피울줄 모르고
웬만해선 아픈 내색도 안 하는 집사람 마가렛.
아이를 낳을 때도 다른 산모들 소리소리 지르면서 아프다고 난리 칠 때도
의연했던 마가렛이 어느날 배를 쥐고 구른다 어린 아이처럼...
아파서 어쩔 줄 모르기를 몇 시간. 밤을 꼬박 새우고는 안되겠던지 응급실에 가야겠다고 한다.
새벽에 차를 몰고 조카가 있는 병원으로 갔다. 최근 들어 배가 자주 아파서
아무래도 검사 한번 받아보자고 조카가 말했던 터라. 일부러
멀지만 조카가 있는 병원으로 갔다. 응급실에서 이런 저런 검사를 한 후에 사진을 찍고 나온 결론은
담낭에서 이어진 담관에 돌이 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간 수치가 너무 높아 수치가 내려가면 소화기 내과에서 내시경으로 담관에 있는 돌을 일단 제거하고
다시 외과에서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입원 2일 후 담관에 있는 돌을 제거하였다.
담관을 제거하고 3일 후 외과에서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였다.
병원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출근하기 며칠......
마침내 오늘 실밥을 푸는 날이다. 경과가 다 좋아 두 달 후에 오란다.
학년초 바쁜 와중에 한 보름동안 정신이 없었던 기간이다
의대생이라도 엄마에게 도움이 되기는 커녕
바빠서 정신이 없는 큰 아이는 엄마 병실에 오기도 쉽지가 않고
둘째아이는 새내기 입학생인데다 입학 초 멀리 전철을 타고 다니랴
다니던 학원에서 새끼 강사로 아르바이트하랴.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컵라면을 먹느라 내가 보던 책으로 컵라면 익히느라고 좀 덮었더니
"아빠~ 엠마 골드만이 섭섭하겠다."
한마디하면서 놀린다.
머리는 하늘에 두고 다리는 땅에 두어야 정상이듯
항상 이상적인 뜬구름 잡는 생각만 가지면 안되듯
엠마골드만의 이상도 중요하지만 이 아빠의 곯은 배를 채우기 위해
아무리 고상한 책이라도 컵라면 뚜껑을 덮는 일도 중요한 책의 역할이다.
엠마 골드만도 불멸의 아나키스트로 칭송을 받았지만
한 남자의 사랑에 목을 매는 어찌하지 못하는 여자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하여 자신의 연애편지가 공개되는게 무척이나 두려웠던 엠마골드만.....
엠마골드만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개인의 삶과 자신이 주장하는 이상주의적 세계관과 배치될 때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 것인가?
하는 것과 우리가 공인이라는 말로 사적 영역을 어느 정도까지 이해해 줄 수 있는가?
사적인 감정 조차 공적 코드에 맞추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하여 엠마골드만은 자신의 사적 영역에서의 행동과
자신의 주장이 배치되는 것과 연애행각이 들어날까 노심초사하며 말한다.
<우리가 주고 받은 편지가 공개된다면, 사람들은 법과 관습에 도전해온 저돌적인 혁명가 엠마 골드만이
너른 대양에서 폭풍우를 만난 선원만큼이나 속수무책이라며 아연실색할 거예요.>
어쨌거나 나는
외곽 순환 고속도로를 매일 차를 몰고 출퇴근하면서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던 그 길고 긴 터널처럼
마가렛이 입원했던 기간동안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