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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떠나는 신부

 

한 신부가

떠난다.

 

산도적같은 외모에

'임쓰신 가시관'을 부르며

한 신부가 떠난다.

 

날 달걀이 되어

깨진채.

 

신자들은 울고

하늘은 비를 뿌린다.

 

환영식도 마다하고

빈 손으로 왔다가

환송식도 마다하고

빈 손으로 간다.

 

어쩌면

신자들은 나무만 보고

교구에선 숲만 보는지도 모르지.

 

한 신부가 떠나고

또 한 신부가 온다.

 

 

#아래 - 한겨레 신문 기사 .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대표 전종훈(사진) 신부가

21일 서울대교구로부터 안식년 발령을 받았다. 이로써 전 신부는 서울 노원구 수락산성당 주임 보직을 내놓게 됐다.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단행한 이번 인사는 통상적인 인사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다.

가톨릭 사제는 서품 받은 지 10년이 넘으면 안식년 휴가를 받을 수 있고, 통상 한 신부가 정년퇴직 전까지 한 차례 정도 안식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1991년 서품 받은 전 신부의 경우 2001년이 안식년이었기 때문에 7년 만에 다시 안식년 인사가 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가톨릭계에선

사회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제단 활동에 대한 보복성 인사로 해석하고 있다.

전 신부는 지난해 삼성 비리를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를 사제단이 보호한 뒤 정 추기경으로부터 1차 소환을 당한 바 있다.

이어 전 신부는 사제단이 서울광장에서 촛불 시국미사를 연 뒤 재소환을 받아 해외로 나갈 것을 종용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자 이번에 안식년 발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제단 총무 김인국 신부는 “지금까지 교단 지도부가 사제단 소속 신부를 외곽으로 돌리긴 했지만, 현장에서 들어내겠다는 식의 인사를 단행한 것은 처음”이라며 충격을 나타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 아래 - 오마이 뉴스 기사 발췌.

 

노회찬 "전종훈 신부의 안식년은 현대판 유배이자 명예 훈장"

 

전종훈 신부의 마지막 미사에 참례한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힘없고 가난하며 막막한 이 땅의 서민들에게 용기와 기쁨을 주는 사제단이 교회 안에서는 경계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며 "

진보신당은 하느님의 너그러움으로 낮은 곳으로 향하시는 전 신부님과 신뢰의 연대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또 "어느 사회나 다 시련이 있는 것 같다"며 "그 시련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더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심 대표도 미사 중 눈물을 흘렸던지 눈동자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노회찬 공동대표도 "전 신부의 안식년은 현대판 유배"라며 "학생으로 치면 무기정학을 당한 셈인데, 아무래도 천주교 수뇌부가 삼성그룹 불법행위 규명과 촛불운동 등 우리 사회 정의구현에 앞장선 전 신부에 대한 보복으로 이같은 조처를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 대표는 "이명박 정부 아래 차라리 명예로운 훈장일 수 있다"며 "천주교 수뇌부는 친 이명박 코드 맞추기 인사를 멈춰야 한다"고 일갈했다. '

물과 물고기' 관계인 사제와 성당의 관계를 끊는 방식으로 보복하는 것은 종교인으로서 온당치 못한 비겁한 행동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 수락산 성당에는 본당 신자들 이외에 타 지역에서 몰려든 신자들도 많았다.

경기도 부천과 서울 마포 등에서 찾아온 신자들은 전 신부와 기념촬영을 당부하기도 했다.

대개 신자들은 "너무 일찍 떠나 어안이 벙벙할 정도"라며 "서운하고 착잡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상민 수락산성당 사목회장은 "세속 말로 야당 신부 탄압하는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신 신부님에게 1년6개월 만에 이같은 인사조처가 내려진 것은 정말 충격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심 회장은 "신부님이 넘으셔야 할 산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평신도로서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신부님이 잘 이겨내시도록 기도를 열심히 할 뿐"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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