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 글 사진 박준 삼성출판사
<표지사진> <뉴요커중 한 명인 임산아>
#.처음에는 그냥
사진만 볼 요량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대충 사진을 한번 훑어 보았다. 그리고 읽다가 빠져들어서 몇번을 되짚어 읽게 되었다.
전혀 나와 다른 곳, 다른 생각, 남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의 행태와 그들의 에너지....
여기서 '에너지'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한 사람이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뉴요커 누구나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에너지하면 서울의 에너지, 월드컵 응원 때의 붉은 악마, 이번 촛불집회등은 서울이 보여주는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나와 같이 생각을 한 뉴요커도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 느끼는 에너지는 동일한 에너지인데 반해서 뉴욕에서 느끼는 에너지는 다양한 에너지라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모습들에서 보여지는 에너지 일것 같다.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느끼면서 살아가는 삶.
그게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외국 여행은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보고는 뉴욕은 한번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래 가 있으려면 돈이 만만치 않을텐데..............
이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작가는 두달 간 750만원이 들었단다.
-.자유의 여신상에 가고,
5번가에서 쇼핑을 하고,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가는 것만으로 뉴욕의 진짜 모습을 불 수 있을까?
관광객은 대개 맨해튼의 타인스스퀘어,브로드웨이,자유의 여신상,미슬관 주위만 맴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관광지고 손쉽게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광지에는 관광객밖에 없다. 관광객만 있는 곳에 진짜 뉴욕의 모습이 있겠는가?
관광지에는 관광객을 위해 존재하는 뉴욕,보여 주기 위한 뉴욕만이 있다. 자유의 여신상은 뉴역 여행에서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섬에 가기 위해 사람들에 치이며 한나절 내내 줄 서고 보안 검색을 받고 겨우 그곳에 도착해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페리에서 내려 리버티 섬을 둘러봐야 눈에 보이는 거라곤 엄청나게 크게 보이는 그녀의 발가락 뿐이다. 9.11이후 왕관부분에 있는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도 없다.
자유의 여신상 발가락을 보려고 시간을 버리는 뉴요커는 없다.
타임스 스퀘어 역시 관광객이 라면 누구나 가 보고 싶어한다. TV난 영화 속의 뉴욕은 얼핏 타임스 스퀘어처럼 화려하다.
하지만 수많은 차들과 소음이 정신을 빼놓고,사람에 치이고,거대한 광고판의 홍수 속에서 관광객만 들끓는 거리가 타임스 스퀘어다.
언젠가 <타임 아웃 뉴욕>이란 주간지가 '뉴요커를 구별하는 118가지 항목'이란 기사에서 '진짜 뉴욕커가 단 한 번만 해보는 일들'을 꼽은 적이 있다.
그 항목에는 록펠러 센터 트리 점등식에 가서 인파에 치이기,자유의 여신상 가는 페리 타기, 크리스마스 직전에 Macy's백화점 가기,핼러원 퍼레이드 구경가서 좋은 자리 차지하기 등이 있다. 그러니 우리가 매년 TV로 보는 뉴욕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뉴요커가 아니라 모두 관광객일지도 모른다.
뉴욕에 가면 왠지 자유로울 것 같은가?
맞다. 뉴욕에서 당신은 한국에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자유를 누린다. 그 이유를 아는가?
누구도 당신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뉴요커는 온갖 요란한 차림을 한 게이 퍼레이드 옆을 지나가면서도 그에 관한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다.
자기의 꿈을 좇아 뜨겁게 사는 뉴요커들은 모두 정신없이 바쁘다. 뉴욕에 와 보지 않은 사람도 뉴욕의 먹을거리 하면 흔히 메이글과 커피를 떠올린다. 영화와 드라마의 영향이다. 힐을 신고 커피와 베이글을 양손에 들고 맨해튼을 누비고 싶은가? 그 모습이 뉴욕 스타일로 경쾌하고 자유로워 보이나? 아침에 델리에서 파는 보통 베이글과 커피를 먹어보라. 이게 음식이야? 단박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이려나?
-.뉴욕에서 만난 한 친구는 한국에 왔을 때 한 인종밖에 불 수 없다는 사실이 아주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내가 뉴욕에서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보면서 낯설어하는 것처럼, 그녀는 서울에 한국 사람밖에 살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9.11이후 많은 사람들은 뉴욕을 떠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늘어났다.
-.시도 때도 없이 멈춰 서는 지하철처럼 뉴욕은 변덕스럽다.
한국의 민방위 훈련은 예고라도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자약 수시로 멈춰 서는 뉴욕의 지하철은 정말 난감하다.
-.많은 뉴요커들은 이런 식으로 내가 좋아 내 멋대로 한다.
예술을 한다는 허영기 어린 자의 자의식이 아니라, 아주 심플하게 내가 하고 싶으면 한다는 식의 단순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낮에는 예술가이고 밤에는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게 자연스럽다. 밤을 새며 접시를 닦는 웨이트리스도 내 모습이지만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예술가도 내 모습이다. 이들은 자신을 규정하는 데 유연하다. 웨이트리스와 예술가는 한 존재 안에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한다. 그 단순하고 창조적인 자유로움이 이 도시의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를 만드는 건 아닐까?
-.내겐 기상천외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뉴요커들은 자연스럽게 포용하기 때문일까?
내겐 기상천외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뉴요커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뉴욕에선 이런 비일상적인 풍경이 곳곳에서 내 눈길을 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수 있는 인생도 꽤 괜찮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