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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대학 시절 존경하던 은사님은 평소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평생에 걸쳐 나 때문에 죽은 환자가 한 명이라면,나 때문에 산 환자가 백 명쯤 되어야 그래도 의사 짓 제대로 할 만하다."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는 것과 아이에게 수혈을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만약 환자가 성인으로서 수혈을 거부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미 세상에 태어난 생명체로서 자기의사를 아직 표현 할 수 없는 아이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결정권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인턴 선생이 가진 종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의사로서 수혈 문제와 국가의 일원으로서 군복무 문제가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그 사람들이 지키려는 원리주의적인 삶은 어떤 면에서는 현재 타락한 기성교회에 대한 모범이 될 수도 있다.

즉 수혈 문제를 일으킨 만큼 다른 기준도 그만큼 엄격하다는 뜻이다.

 

-.소록도에 격리되기 시작한 나환자촌의 건설은 어찌보면 부끄러운 역사다.

우리 사회는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정상인으로 받아들이기는 커녕 심지어 그들이 산골짝 어느 구석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것조차 역겨워하고 용납할 수 없었던 우리 정상인들의 가혹함은 그들에게 '문둥병 환자'라는 딱지를 붙인 다음 바다 건너 남해안 어느 섬에 모두 몰아넣고서야 안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새옹지우

집에서 기르던 소가 들이 받아서 갈비뼈가 부러진 할아버지.

 그 덕분에 폐암을 발견해서 건강하게 된 사연 소가 들이받지 않았다면 폐암을 조기 발견하지 못했을 텐데...

 

-. 청송보호소에 있는 무기수들 중에는 바깥세상이 보고 싶어서 일부러 자해를 하거나 숟가락을 삼켜서 병원으로 오면서 바깥세상을 보고 싶어한다.

 

-. 조폭은 가슴을 길게 면도칼로 그어서 병원에 왔는데 제대로 꿰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가슴을 보니 큰 용무늬가 문신으로 그려있어서 아래위를 제대로 꿰맬 수 있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경험하는 희로애락의 양은 일반인들의 백 배 천배 아니 만 배 쯤 된다고 생각한다.

 

-.아픈 사연을  많이 간직한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에 대해서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마음은 어디 그러한가 왜 이토록 고통은 평범하고 순박한 사람들을 비껴가지 못하는지.....

 

-.하루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웃고 계신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약에 쓴다고 두꺼비를 잡아다가 처마밑에 산채로 매달아 놓았다.

그런데 그 두꺼비가 매달린 채 바로 죽지않고 버티다가 백 일 만에 죽었다. 두꺼비가 죽던 날 어머니는 출산을 했고 그 아이가 바로 레클링 하우젠 환자였다.

<박경철 지음/리더스북/드라마 뉴하트 원작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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