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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

-시집가는 딸에게 음악에 조예가 깊은 이 분은 좋은 오디오를 사서 보냈단다.

딸네집에 찾아가 보았더니 그 오디오로 사위라는 녀석이 듣고 있는 음악이라는 것이

김건모,박진영......등등이더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걸 음악이라고 듣냐.

내 사위라는 녀석이 이럴 수가 있나.

분기탱천하여“야, 이놈아. 하다못해 클래식 FM이라도 들어라.”


-.나는 딸을 잃어버렸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중학교로 고등학교로 이어지면서

딸의 얼굴조차 보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교생이 되면서는 잃어버린 정도가 아니라 이미 그 아이는 내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다.

아침 6시면 집에서 나가 11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오고

1시가 넘어서 잠이 드는 아이에게는 아버지가 비집고 들어갈 틈새조차 없었다.

양말짝을 내팽개쳐도 컵에 마시다 남은 주스가 말라붙어도, 세면대에 머리칼을 늘어놓아도,

케이스에서 빠져나온 CD가 열 몇 장씩 나뒹굴어도, 6시에 집을 나가 자정이 되어야 들어오는 고교생 딸에게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무슨 말이 있을 수 있으랴.

대학생이 되고 나서의 딸아이는 또 달랐다.

잃어버린 게 아니라 아예 ‘딸 없는 집’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집에 있어도 집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외출을 하면 몸까지 집에 없는 것이었고,

집에 돌아오면 몸 이외의 것은 전부 집에 없는 것이었다.

이제는 이 나라의 기묘한 교육제도가 아니라 휴대폰에, PC통신에, 인터넷에

나는 딸을 잃어버리고 만 셈이다.

그녀의 삶은 저 밖의 어딘가에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집을 나서면 그곳에 가 자리를 잡고, 집에 돌아와서는 온갖 통신기기라는 통로를 통해

그곳에 연결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단순화하자면, 딸아이는 이제 집에 있어도 있는 게 아니었다.


-.남학생이 터억 여학생 무릎을,

아니 넓적다리를 베고 누워서 유유자적하는 꼬락서니라니,

그것도 학생들이 강의실을 찾아 부산히 오가는 길가 벤치에서.

 이런 경우 거의 80%정도의 여학생은 마치 원숭이가 제 새끼 끼고 앉아서 머리에 이 잡아주는 것처럼

남학생 머리를 쓰다듬고 있거나, 남학생 얼굴을 내려다보며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저 빌어먹을 놈이 지가 뭔데 남의 집 딸의 무릎을 베고 자빠져 있는 거야.

뉘 집 딸이지 저것도 그렇지,

아니 공부하라고 비싼 등록금 주며 학교 보냈지 백주 대낮에,

그것도 학교 교정에서 사내놈‘대갈통’이나 쓰다듬고 있으라고 깨워서 아침밥 먹여서 보냈나?

<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 - 한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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