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수칙은 납치범들의 신경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것
납치범도 대단히 긴장해 있는 상태이므로 거칠게 반항하거나 말대꾸하는 등 신경을 건드리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비굴할 필요는 없지만 고분고분할 필요는 있다는 말이다. 양 손은 언제나 잘 보이게 내놓아 다른 짓을 하니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몸을 음직일 때는 될수록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납치범을 업신여기는 태도도 안 된다. 여럿이 잡힌 경우 잡힌 사람들끼리 속삭이는 것도 위험하다.
또 물어보기 전에는 먼저 말을 하지 말고 대답할 때는 아주 간략하게 그렇다. 아니다를 분명히 한 다음 설명을 한다.
목소리 톤은 납치범보다 낮추고 천천히 말해 납치범들의 권위(?)를 세워줘야 한다.
나는 훈련 중에 목소리가 워낙 높고 딱딱해서 억울하게 가상 납치범에게 개머리판으로 멍이 들 만큼 어깻죽지를 세게 얻어맞았다.
두번째로는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아는 대로 순순히 알려줘야 한다.
세번째로 만약 납치범이 밥을 안주거나 잠을 안 재우거나 심지어 고문을 하는 등 기본 인권을 무시해도 절대 거칠게 항의해서는 안된다.
참고 참고 또 참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납치범과 최대한 인간적인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이때 아주 유용한 것이 가족 사진이다. 내가 인질로 잡고 있는 이 사람도 집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누군가의 부인이고 엄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란다.
내가 훈련을 받을 때 하와이 대학 연영과 학생들이 어찌나 리얼하게 닙치범 연기를 한탓에 인질로 잡혀 있는 몇 시간 동안 가상인 줄 알면서도 정말 무서웠다.
훈련중에 한 납치범이 내 머리에 소변을 보았는데 평소같으면 비명과 욕설이 절로 나왔겠지만 어떡하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찍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자 납치범이 주전자에 담긴 미지근한 물을 부은 거였다. <한비야 '지도밖으로 행군하라'에서>
*탈레반에 억류중인 한인들이 빨리 풀려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