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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이문열의 변경

 

*.이문열 '변경'을 읽다가 이문열 특유의 문체들을 골라봄.

-애초에 그곳을 찾아온 목적 같은 것은 어느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아마도 어머니가 논리가 아니라 감정으로 호소하다가 답답한 듯 가슴을 치고 일어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 것 같다.

-한때 그런 어머니의 손길과 한숨은 얼마나 풋풋한 사랑의 확인이며 진통과 진정의 효과를 지닌 감동이었던가.

-축축한 목소리

-성난 고함보다는 차가운 비웃음

-진규와 인철이 헤어진 것도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줄어드는 관심의 공통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너를 내 친구로 잡아두려 하는지 의심스러워

-또래들이 모여있는 학교란 제도가 아득히 추상화되어 잃어버린 낙원과도 흡사한 의미로 다가들며 그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을 불안과 슬픔으로 돌아보게 했다.

-이제 내가 채워가야 할 삶은 너희와는 전혀 다른 형태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 무관한 세상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대하면 누군가 함께 누릴 존재를 갈망하고 때론 그 존재의 결여는 아름다움 그 자체마저 빛을 잃게 한다.

-그 말이 악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영희의 기분을 잡쳐 놓기에는 넉넉했다.

-고2때 처음본 바다, 내륙지방에서 태어나 그때껏 내륙의 도시만 떠돈 나에게 그 감동은 차라리 충격이었다. 장엄이나 신비같은 종교적 수사가 어색하지 않게 쓰일 수 있는 대상과 처음으로 마주친 까닭이었다.

-.이성은 그쯤에서 돌아가기를 권유했으나 감정은 그대로 내처 떠나기를 부추겼다.

-.수없이 나를 앞질러가는 날래고 영악한 아이들의 환영이 무슨 못견딜 고문처럼 이어지고 그때는 거의 이념화된 첫사랑도 구체적인 모습으로 내 열일곱의 상처받기 쉬운 가슴을 할퀴고 지나갔다.

-내가 노동과 육체의 사람으로 성장하느냐 또는 글자와 정신의 사람으로 성장하느냐

-모처럼 바깥을 향해 열렸던 명훈의 귀는 겨우 그 같은 자폐적인 물음 속에 다시 닫혀지고 말았다.

-당장의 필요나 직접 피부에 닿아있는 것이 아니면 아무리 놀라운 정치적 사건이라도 그 어떤 심각한 사회 상황도 그이 의식을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 교태의 효용성은 이미 어둠과 함께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자신이 절망을 확인해야되는 개간지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안광에서 그렇게 죽이는 시간이 훨씬 견디기 나았다.

-어쨌거나 그것이 우리네 삶이다. 우연히 눈길을 끈 인상적인 장면 하나 알고보면 그리 심각할 것도 없는 오인과 그로 인한 감정의 과장 같은 것이 얼마나 우리 삶의 중대한 고비들을 결정 짓는가.

- 어머니와 관련된 온갖 소리와 색깔과 냄새와 맛이 일시에 되살아나며 인철을 갑자기 급하게 만들었다.

-명훈이 인철에게서 걱정한 것은 몽상적인 기질과 심약이었다.

-생선을 꼬리부터 머리까지 다 먹으려 들지 말라는 말도 실은 막차를 경계한 거야.

-사르트르는 일찍 죽은 아버지를 정액 몇 방울의 의미로 축소 시켜 자신의 실존 탐구에서 제외해 버렸다.

-그 어느 것도 불행에 익숙한 사람의 비관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나는 나를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삶의 밑 바닥으로 내던져졌다. 나는 그 비천함과 욕됨과 나아가 악까지도 기꺼이 껴안았다. 서슴없이 이 진창을 뒹굴려 한다. 하지만 영원히 머물기 위해 여기까지 내려오지는 않았다. 힘껏 차고 높이 치솟기 위해 바닥을 찾고 있었을 뿐이다.

-결국 이렇게 가는 구나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로구나.

-지난 가을의 축제 이후 허심탄회하게 가슴을 털어놓는 친구로 설정되어있던 그들의관계는 크게 달라졌다.

-뒷날 인철은 스물세살의 감상이 빚어낸 그 현란하기만 하고 실질 없는 문장에 대해 늘 상반된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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