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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

 선배,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야.

인생작 썼더니 코로나 터지고, 코로나 지원 받았더니 코로나 걸리고, 대본 고쳤더니 주연배우 올골질하고...

 

 매사 불만 가득한 태도나 실체가 없는 허랑방탕한 일을 꾸리는 꼴에 넌더리가 났다.

아들에게서 남편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발견할 때는 진저리가 쳐졌고, 그걸 용케 발견하는 스스로에게도 짜증이 일었다. 

 

 변화, 누가 시켜서 되는게 아닌 스스로의 변화 말이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게 싫은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엄마가 늘 근배에게 하던 말이었다.

덩치는 크고 행동은 굼뜨고 인기도 없고 공부도 별로였다.

그런데 예민하기까지 하니 온갖 비교에 마음이 오그라들곤 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산맥처럼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뭐가 될까?

엄마가 죽으면 나 혼자 살 수 있을까? 나 같은 놈은 왜 태어나 미래도 없는 삶을 사는 걸까?

대학에 떨어지면 사람 노릇이나 하고 살 수 있을까?

살았다. 살아지더라. 걱정 따위 지우고 비교 따위 버리니, 암 걸릴 일도 독 퍼질 일도 없더라.

물론 근배에게 산다는 건 걱정거리로 가득했고 사람들의 하대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엄마가 남겨준 말을 꼭꼭 씹었다. 하대는 상대방의 시선에서 나온 비교였고, 비교를 거부하자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담담하게 대응하는 근배를 사람들은 더 이상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걱정 또한 지금 현재의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마음먹자 실재하지 않는 허상에 불과했다.

 

< 불편한 편의점2 / 김호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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