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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기념이라는 것에 대해서...

혼자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며느리 이름을 대면서 '여기 사시지요?'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우리 결혼 기념일이라고 꽃다발을 보낸 것이었다.

꽃다발 배달 왔다고 하면 될 것을 누가 사느냐고 물어서 잠시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꽃배달이 없었다면 결혼 기념일도 우린 모르고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얼마전 딸에게 '외장하드 하나 사서 보내줘~' 했더니

'어 그럼 그걸 겸사겸사 연말 선물로 하면 되겠네.' 해서 그러마고 해서 보내주었다.

동시에 꽃다발과 외장하드가 같은 날 온 것이다.

 

난 무슨 기념일, 회갑연, 기념식, 졸업식, ....등등의 억지스런 의식 행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난 내 생일조차 아무도 모르고 지나간다고 해도 전혀 섭섭하지가 않다.

다른 사람의 축하연에선 기꺼이 참여하지만 나를 위한 왁시글 거리는 이벤트 같은 건 별로다.

이런건 서로가 취향이 다 다를 뿐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같은 500기가짜리인데 전에 샀던 것보다 1/4가량 크기가 줄어서 양증맞다.

 

 

 

 

학교에서 마지막 해를 보내며 퇴임식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 혼자 퇴임하는 것도 아니고 후배들도 만류를 해서 하는 수없이 따랐다.

 

그 대신 퇴임을 축하한답시고 선생님들의 연주라던가, 노래,

축하 공연 같은 것은 하지말라고 했더니 그건 내 청을 들어주었다.

준비하는 선생님들도 힘든 일이고, 뻘쭘하게 듣고 있을 상황을 생각해 보면 내키지 않았다.

다행히 함께 퇴임하는 분들도 내 의견에 동의하셨다.

 

종종 그런 퇴임이나 이임식을 하는 경우 정말 싫어하는 노래는 '만남'이라는 노래인데

분위기 조성을 강요하듯 식 말미에 다같이 손을 잡고 우리 노래 부릅시다~

뭐 어쩌구 하면서....시작하는 노사연의 만남~~!!우리~~만남은 우연히 아니야~~

하는 수없이 노래를 우물우물 불렀었다.

 

친한 사람들과 노래방 가는 건 좋아하지만 그런 순간은 정말 싫다.

다행히 내가 퇴임할 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퇴임식인데 한 말씀 하셔야 한다고 해서 알았노라고 하였다.

 

퇴임사 (tistory.com)

 

퇴임식이 끝나자 "거봐요~ 퇴임식 안했으면 어쩔 뻔했어요?

저희들이 잘못한게 많지요?" 하고 묻기도 하였다.

어쨌거나 난 참 재미는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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