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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잎을 떨궈낸다는 건

속이 다 드러난 가을잎

 

가을이 되면 나뭇잎들의 속이 다 보인다.

햇살에 비치면 사람의 갈비뼈 같은 잎맥을 드러낸다.

감출 것도, 가릴 것도 없다는 듯이,

 

그러다가 마침내 미련없이 

우수수 바람을 타고 낙하한다. 

우아하고 맵시있게......

나무가 잎을 떨궈낸다는 것은, 어쩌면

한없이 자라는 욕망을 버리려는 숭고한 행위가 아닐런지......

 

도토리 한 알을 위해 청설모는 나무를 기어 오르고

먹이를 찾아 새들은 바삐 날갯짓을 한다.

오로지 생존을 위한 행위이다.

 

그런데 나는 생존만으로는 만족을 못하고

끝없는 욕심을, 욕망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하여....

반야심경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 잡으려 하지만

잘 될런지는 의문이다.

 

일단 차 한 잔으로 속부터 다스려보자.

 

 

'마하반야 바라밀다 심경 관자제 보살 행심반야 바라밀다 심경.....'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렇게 중얼중얼 거리자....'그거 어떻게 알아?'

'그거 기본 아니야? 험험~~ㅎㅎㅎ' 이러면서 으시댔다. 아무튼 요즘 법륜 스님 책을 읽고 있다.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다. 

 

직접 따서 말린 메리골드차를 얻어왔다하여 마셨다. 녹차보다는 나았다.

 

휘청거리는 가지 위의 청설모

먹이를 찾아 높은 나뭇가지 위로 오른 청설모도 입에 먹을 것을 넣고 앉아 있는 까치도

단지 생존을 위함 때문이고 더 이상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벚나무의 단풍도 예쁘게 들었다.

낙엽은 욕심을 떨궈낸 흔적. 빗자루로 쓸어내며 함께 마음의 욕심을 쓸어내려 노력한다면 그것이 수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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