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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다행스럽게도 여자였다.

런던 세익스피어 동상 앞에서 사진찍던 딸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해도 긴 여행에는 한 두번쯤 언쟁을 하기도 한다.

올봄 코로나 상황 속에서의 영국 여행 때 있었던 일이다. 함께 여행을 갔던 딸이

어느날 런던에서 늦은 밤에 만날 약속을 했다면서 다녀오겠다는 것이었다.

▶ 아니? 이 저녁에 런던까지 와서 만날 약속을 한 사람이 도데체 누구야?

▶ 내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 엄마한테 일일이 누구 만나는지 이야기 해야 되는 거야?

 

아이는 외출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가 만나는 사람이 변변치도 않는

우리가 준 선물을 들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동영상을 보내왔다. 다행스럽게도(?) 여자였다. 

나에게만 말을 안했지 엄마에겐 툴툴거리며 어느 정도 이야기는 하고 나간듯 했다.

어쩌면 남자였기를 바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난 선입견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마음 속엔 어느 정도 꼰데 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풀어지자 다녀와서 하는 이야기는 지금은 해체되었지만 한창 잘 나가던 21년된 록밴드

<피아>라는 그룹을 좋아하던 이른바, 덕질하다 만나 알게 된 사람인데 이곳 런던에 와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2,30대가 생각하는 꼰데와 우리가 생각하는 꼰데의 차이....관심을 어느정도까지  갖는냐가

결정되는 거라고 어른들은 믿는 반면, 아예 관심 갖는 것조차 싫어하는 것이 요즘 2,30 세대인 것 같다. 

 

2,30대가 나이 든 사람과의 관계조차 싫어하는 걸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내 나이 2,30대 때의 생각을 거슬러 떠올려 보았다.

나도 총각 시절에 젊은 우리들이 모여 있을 때  나이든, 기껏해야 40대 초반일터인데도

'왜 저렇게 나이든 사람이 우리와 어울리려 하지?'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만 사회생활은 어른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으로 여겨서 겉으로 표현을 안 했을 뿐이었고

그것이 나의 성정과 어우러져 그대로 굳어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아랫사람에게 충고하듯 자신들의 삶과 생각을 강요하는 것도 불편했지만

당시 교사로서 그런 내색을 하는 것은 우리네 전통에도 있는 장유유서에 어긋나는 싸가지없는 짓이었다. 

젊은 선생님들의 예의 부족을 공식석상에서 나무라는 것도 당연시 되던 때였고

여 선생님의 예의규범을 담당하는 일은 여자 부장이나 여자 교감의 업무에 해당되기도 하였다.

그런 나무람에 반기를 드는 언행은 불충한 것이고 무례한 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하는데다가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우리나라는 더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 

그리하여 요즘에는 젊은이들이 기성 세대의 꼰데짓에 노골적 표현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이지 나이나 지위의 차이로 보지 않게 되어 더 이상 싸가지없다는 표현은 궁색해져 버렸다.

대통령의 언행도 문제지만 젊은 당대표가 반기를 드는 여당 상황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준석에 동조하는 것도 정치편향 문제 못지않은 시대 변화도 크게 한몫하는 것 같다.

젊은 전 당대표 쪽보다 나이든 꼰데쪽이 더 쪽이 팔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내가 든 생각은 나는 딸의 문제를 부모 자식 문제가 아닌 개인간의 문제로 봐야 할 것같다.

그걸 알기에 애당초 능력도 없지만 해결하려 들지도 않을 것이고 내개 해결 해 달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며

오로지 엄마만 어떤 문제가 생기면 동동거릴 것이다. 그걸 아는 딸아이는 이야기도 꺼내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우리는, 이야기만이라도 해주기를 바란다. 부모가 둘 다 동동거리더라도...

어쩌면 그것이 일반적인 우리네 부모 세대로서의 소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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