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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 안 듣는 남자들

꽃지 해변에 갔더니 바닷물이 빠져서 할배, 할매 바위까지 길이 생겼다.

이렇게 바다길이 생길 때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신난다 하고 갔다.

길을 1/3 가량 들어섰는데 안내 방송이 해안가에 울렸다. 

이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나오라는 안내 방송이었다.

나는 멀지 않은 길이라 부지런히 갔다오면 될 것이라 생각하며 바위 쪽으로 갔다.

이제 그만 나가자는 소리에도 괜찮다며 가서 사진을 찍고 돌아섰다.

사람들도 하나 둘 빠져 나오고 해안경찰들도 혹시 미처 듣지 못한 사람이 있나 바위쪽을 살피러 가고 있었다.

나오는데 다른 부부도 아내가 빨리 가자고 하고 남편은 나처럼 괜찮다고 하다가 야단을 맞고 있어서 웃음이 났다.

 

 

척박한 바위 위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신기했다.

하루에 두번 물이 빠졌다가 다시 차는지라 매번 저렇게 남아 있는 사람들이 없는지 살핀다고 하였다.

파도 소리와 멋진 바위에 넋을 놓다보면 안내 방송이 안들릴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길게 줄지어 박아놓은 나무 기둥은 해변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함이라고.

이 위에 올라선 모습을 사진 찍어주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두 분 함께 사진을 찍어줄까요? 하고 묻는다.

내 등 뒤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 물어서 엉겁결에 괜찮다고 하였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호의를 생각해서라도 찍어달라고 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했던 것이다.

다시 가서 사과하고 찍어달라고 할까? 에이 그렇게까지 할 건 없어 정중하게 거절했으니....

 

하지만...... 지금까지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쓸쓸하게(?) 돌아선 뒷모습이 생각나......

 

 

돌아서니 이제 길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이 들어찼다.

근처에는 튤립축제하는 곳이 있었는데 사람도 많고 갈길도 바빠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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