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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겨울나무

 오늘은 올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아침에 영하 18도 라고 하더니만 한낮에도 영하 7도를 보이고 있다.

꽁꽁 싸매고 나섰지만 찬바람은 이내 나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정밀 타격하듯 공격해왔다.

먼저 유일하게 피부가 드러난 눈주위를 공략하더니 다음으로 손목 틈을 공격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바짓가랑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종아리가 서늘해졌다.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나무들은 옷을 다 벗고 참을성 있게 서서 찬바람을 맞고 있다.

잎들은 대부분 떨어졌는데 나무 한그루 제일 높은 꼭데기에 달랑 큰 잎 하나를 남겨두었다.

누군가 잎들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을 내려놓는다고 멋지게 표현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에 반해 우리 인간들은 자신을 내려놓기보다는 한없이 띄우려 애를 쓰지않던가?

그래서 자신을 띄우려고 나불대는 입을 다물게 하려고 신이 우리에게 마스크를 씌웠나보다.

 

 

저 하나 남은 마지막 잎새도 언젠가는 떨어질 것이다. 아니 내려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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