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녀가 있다고 해봐. 만약 지금이 그녀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고,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녀가 늙을 것이고 죽게 될것이라는 점을 모른다면,
아마도 그녀의 아름다움이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을거야.
어떤 아름다운 것이 그 모습대로 영원히 지속된다면 그것도 기쁜 일이겠지.
하지만 그럴 경우 난 그것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이렇게 생각할걸.
이것은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것이다. 꼭 오늘 봐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야.
반대로 연약해서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것이 있으면 난 그것을 바라보게 되지.
그러면서 연민심도 함께 느낀다네.
난 밤에 어디선가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것을 가장 좋아해.
파란색과 녹색 조명탄들이 어둠 속으로 높이 올라가서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작은 곡선을 그리며 사라져 버리지.
그래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이 금세 다시 사라져 버릴 거라는 두려움도 느끼게 돼.
이 두 감정은 서로 연결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지."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에서 크눌프가 친구에게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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