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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일지

바람 부는 날

바람이 제법 불었다.

곧 떨어질듯 위태하게 붙어 있던 기운없는 튤립 꽃잎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진다.

떨어질 때까지 두는 건 튤립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 같아 꽃대를 잘라주었다.

시든 제라늄꽃을 자르다가 그만 아직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를 잘랐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다.

 

모란의 잎도 오므렸다. 폈다 하더니 오늘은 넋을 놓은 듯 헤벌레하고 벌어졌다.

내일이면 모란도 곧 잎이 떨어질 것이다.

 

소나무와 향나무 가지치기를 하느라 톱질을 했다.

자른 향나무에서 그야말로 향냄새가 난다.

자른 향나무의 굵은 부분은 버리지 않고 놓아두기로 했다.

화단에서 일부러 향을 맡는 것들이 있다.

제라늄, 로즈마리, 그리고 이제 향나무까지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다.

 

언제나 나오나 하던 감나무도 이제 막 잎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잘라버리곤 하던 능소화는 뿌리가 여전히 살아서 감나무를 타고 또 다시 기어오를 태세다.

다른 곳으로라도 기어오르도록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매화가 지고 매실이 달리면서 부터 매실 무게 때문에 가지가 늘어진다.

화단으로 나가는 문을 여닫기 힘들어졌다. 

매실이 달린 가지를 자를 수는 없어서 가지를 묶어 다른 가지 쪽으로 당겼다. 

이제 문을 열 수 있게 되었지만 매실 열매가 커질 수록 점점 더 아래로 고개가 숙여질 것이다.

예절 바른 정이품 매실나무인 것이다.

 

이따금 지나가시는 분 중에 "사철나무 울타리가 높아서 화단을 볼 수가 없네"하시면서

좀 낮게 사철나무를 잘라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래서 사철나무 울타리도 잘랐다.

 

화단에 나와 앉아 있다보면 일거리는 매번 생기고 한 두 시간 지나가는 건 금방이다.

근데 요새 새들이 별로 안 보인다 싶었다. 알고보니 내가 모이를 안 준 때문이었다.

안에서 잘 보이는 곳만 골라서 모이를 뿌려 놓았다.

 

감나무 타고 오르는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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