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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포루투칼 - 신트라 7일째

 

오늘은 몬세라트를 가자. 신트라에서 가 볼 곳은 다 보았는데 몬세라트 정원을 빠트릴 뻔했네.

새벽에 요란하게 비가 오더니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10~16도 분포다.

 

몬세라트 정원은 영국인이 구매해서 꾸민 것이다.

버스를 타러 시간 맞춰 나갔는데 내가 꾸물거려서 겨우 버스를 탔다.

버스 승객이라곤 몬세라트에서 일하는 사람과 달랑 우리 둘 뿐이었다.

정원 입구에 내리니 우리 앞에 입장하려고 큰 체구의 남자 셋이 서 있었는데

입장료를 담배값 크기의 깡통에서 꺼내 지불하는 모습이 큰 체구와 대비되어 재미있게 느껴졌다.

정원에 입장해서 날도 새침하고 비도 내리기 시작해서 일단 카페로 들어갔다.

 

3.70 유로에 커피와 빵을 시켜 먹고 비가 그치자 나왔다.

하늘은 언제 비가 내렸느냐 싶게 푸른 하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늘에서 장난치는 아이가 이따금씩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는 느낌이 들었다.


우린 궁쪽으로 먼저 갔다.

궁 안에는 천정과 벽이 온통 흰색 무늬 한가지로 덮여 있었지만 중간중간 이중 삼중으로 무늬장식이 정교하게 꾸며져 있었다.

건물 안에는 전시된 물건은 별로 없었지만 공간이 주는 멋이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온갖 식물들이 마치 식물원에 온 듯 하였고 11월임에도 파란 잔디가 쨍한 햇빛과 함께 봄같은 느낌을 주었다.

상상하기 힘든 크기와 양의 다육이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서 매번 기르다가 실패한 경험자로선 부러운 모습이었다.

바닥에는 이런저런 열매가 떨어져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선 그 열매를 먹으려는 청설모나 다람쥐를 볼수있었지만 이곳에선 한번도 보지를 못했다.

청설모나 다람쥐가 살기엔 우리나라 환경이 더 나은 건가?

장미 정원, 멕시코 정원 등의 이름을 붙여 놓은 정원들이 있었다.

한 곳에는 낡고 부숴진 건물 벽을 타고 큰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어 앙코르와트 유적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좋던 날씨가 비를 쏟아붓기 시작하더니 5분 정도 지나자 다시 하늘이 파래졌다.

정말 오늘은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여준 날이다.

벤치나 바위에 앉아 조금 쉬고 싶었지만 바닥도 젖어서 그냥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터프한 여기사의 운전 덕분에 20여분 꼬불꼬불 내려오려니 살짝 멀미를 했다.

기차역에서 내일 리스본을 갈 차비를 충전하고 돌아왔다.

 

오후에 나가 신트라 거리를 돌아다녔다.

처음으로 기마 경찰을 볼 수 있었는데 말을 타고 스마트폰을 보고 다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한 가게에서는 16세기 타일이라고 붙여놓고 낡은 타일을 파는 가게도 있었는데 가격은 붙어 있지 않았다.

아마 흥정을 해서 사고 파는 것 같았다. 100유로 짜리도 잔돈으로 바꿀겸 수면 양말과 목도리를 샀다.

오는길에 남녀 한쌍으로 다니는 기마 경찰을 보았는데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는 제스처를 보였더니 끄덕여 주었다.

우리나라도 여자 경찰의 수를 늘려서 남녀 경찰이 한 쌍으로 다니면 여자 용의자를 제압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남녀고용평등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 경찰이 반드시 남자 경찰 만큼의 완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과한 남자들의 요구라고 여겨진다.

 

좋던 날씨가 또 다시 심술을 부려 비바람을 쏟기 시작해서 우산을 꺼내들고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내일 짐을 싸려고 캐리어를 열어보니 습한 탓에 곰팡이가 쓸었다.

이제 신트라에서 마지막 밤이다.

대부분 여행객들이 리스본에서 묵으면서 당일치기로 다녀가는 여행지인 신트라에서 7박 8일을 묵었지만 길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우린 달팽이처럼 다녔기 때문이다.



<몬세라트 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