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루투칼 리스본 날씨 14~23 분포 맑음.
새벽에 여자가 악에 받친듯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서 깼다.
남자가 달래고 나무라는 듯한 소리와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여러가지로 숙박지로서는 결격사유가 많은 곳이다.
옆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클럽이 있어서 쿵쿵~~낮은 음악 소리가 들리곤 했었다.
술을 먹고 뭔가 시비가 붙은 모양이었다.
겨우 다시 잠을 청해 5시에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광장에는 아직 11월이 되기 전인데도 성탄 장식물들을 나무에 장식하고 있었다.
오늘 첫 일정으로 리스본 현대 미술관에 가는 것이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이 넓은 공원을 끼고 있고 날씨와 더불어 멋진 산책길이었다.
입구에 모든 작가들의 작품이 ABC 순서로 적혀 있어 어떤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모든 작품을 실은 두툼한 책도 전시 해두어서 중간에 앉아 쉬면서 살펴보고 못보고 지나친 것을 다시 가서 볼 수 있었다.
난해한 것들은 사진에 담지 않고 내 마음에 들거나 내가 아는 작품들만 사진에 담았다.
스피커 4개를 마주 붙여놓은 것은 서로 자신의 말 만하고 다른 사람 말은 전혀 듣지않는 사람들의 배설 욕구을 보여주는 듯 했다.
리스본에 이렇게 멋진 미술관들이 있을 줄은 생각 못했는데 뜻밖의 수확을 한 셈이 되었다.
더구나 토요일이라 무료 입장이 되었으니 기쁨은 두 배였다.
전시물을 돌다 만난 커피 자판기 조차 설치 미술로 착각하게 만들어 놓았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쉬었다.
이제 72시간 리스보아카드는 만료 되었다.
교통까지도 무료라서 굿이었는데 이제부턴 차를 타거나 어디 들어가려면 건건이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미술관을 나와서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
리스본에온 이후 매일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 처음보는 가장 넓고 평평한 공원이었다.
에그타르트 와 에스프레소로 유명한 집에 갔다.
지난번에 사람들이 많아 포기했던 집이고 난 시끌벅적 싫은데 들어가보자고해서 다른 부부와 합석해서 앉았다.
가장 먼저 에그타르트를 팔던 집인 우리말로 원조집이라고 해서 그런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손님이 바글바글 했다.
맛은 시끄러운 소릴 잊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래도 먹고 나니 다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속에서도 즐겁게 일하는 종업원이 대단해 보였다.
공원에 앉아 쉬다가 어디를 가겠느냐고 해서 매일 올려다보기만 했던 조르제 성에 올라가자고 했더니
"에고~남편이 가고 싶다면 가야지~"하며 마지못해 버스를 탔다.
성으로 올라가는 도중 어떤 남자 기타리스트는 자기 집 창 밖으로 줄로 연결된 돈 통을 내려뜨리며 연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하면서 참 편하게 돈버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에 들어가서 안의 높은 망루에는 혼자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전망대라는 높은 전망대는 다 올라갔으면서 뭘 또 볼게 있다고 올라가느냐고 핀잔을 준다.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려다보기를 좋아하는 것은 남자들의 정복 욕구와 맞닿아 있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성 안에는 유물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성을 다 돌아보고 나오니 우리가 들어올 때보다 5배 정도 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여학생을 초대하여 오기로 한 날이라 저녁장을 보았다.
주소를 보고 찾아오라고 하려다 큰 길에서 연락이 오면 우리가 데리러 나가기로 했다.
교환 학생으로 체코 프라하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에
일주일 시간을 내어 바르셀로나 포루투 리스본 등을 여행하고 다시 프라하로 떠날 예정인 학생이었다.
구김살이 없이 밝고 웃기를 잘 하는 학생이어서 저녁을 먹으며 내내 우리도 웃게 만들었다.
냄비 받침을 사 가지고 온 학생은 오늘이 자기 생일 이라고 하였다.
우리가 생일상을 차려준 셈이 되어 더욱 기뻤고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곤 더 먹어주어 고마웠다.
우리 딸처럼 위로 오빠가 있는 막내였다.
저녁을 먹고 둘이 떨던 수다를 셋이서 떨다가 우리는 골목 어귀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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