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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탈리아 - 커튼이 드리워지고....

마침내 25 일간의 이탈리아 북부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흐린 파도바의 하늘.

밖으로 나오니 거리는 한산하였다.

 

천천히 거리를 다니다 돌아왔다.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에 도착해서 검색대를 통과하는 중에

나를 쳐다보던 검색 요원이  나를 부른다. 그리곤 당신 가방이 어느 것이냐고 묻는다.

검색대에선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말이다.

내 가방을 열어보라고 하더니 이런 저런 물질을 묻혀보는 것이었다.

마약류 검사 할 때 하는 검사라고 하였다.

단지 내 얼굴만을 보았을 뿐인데 마약 물질 검사를 하다니.....

 

오래 전 친구들이

내가 담배를 물고 있으면 마약하는 사람 같다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의심에서 풀려났고 가방도 돌려 받았지만 비행기는 2시간이나 연착 된다고 하였다.

예정 시간보다 2시간 늦게 비행기를 탔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엔 비행기 안에서 또 다시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중국쪽 기상이 악화된 때문이란다.

답답한 나머지 한 승객은 "그럼 내려주지~" 하면서 불평을 하였다.

다시 내려주면 또 다시 검색을 해야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도 하지만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참~~집으로 돌아가기 힘든 날이구나~~

 

대신 샌드위치를 잠시 후에 배부하겠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돌아오는 기내에서 영화를 보았다.

하고 많은 영화 중에서

여행 떠나는 날 기내에서 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또 보았다.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찾으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각박한 삶 속에서 지쳤을 때 쉴 수 있는 그곳은 어디일까?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지금 나의 리틀포레스트 일지 모른다.

돌아가면

나는 내가 겪고 본 일들을 이야기 하고 싶어 질 것이다.

하지만 입을 무겁게 가져야 함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우에는

나도 모르게 입이 터져서 다른 사람들이 듣건 말건 이야기를 쏟아낼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물어봐 주는 사람은 은인처럼 느껴진다.


"여행 다니면서 있었던 이야기 좀 해 봐"

역시 오래된 친구는 다른 것이다.


앞으론 이야기를 들어주며 돈을 버는 사람도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정신과 의사가 그 일을 담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편화된 직업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파도바에서 마지막 날....마치 커튼이 드리워지듯 검은 구름이 서서히 내려왔다. 여행의 끝을 알리듯......


 

파도바 숙소 거실엔 작은 칠판과 색분필이 놓여 있었다. 작별 인사를 적어 넣고 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