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바 거리는 건물 옆의 인도가 긴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비가 오면 비를 피할 수 있고 해가 내리 쬐면 그늘도 만들어 주어 걷기 편할 것 같았다.
어제 느낌과는 달리 기분도 상쾌하고 날씨도 좋았다.
이런 날은 아무리 걸어도 지칠 것 같지가 않다.
새로운 도시에 오니 여행 시작하는 날처럼 느껴졌다.
한 도시에서 2박 3일은 너무 짧다.
적어도 한 도시를 알려면 3박은 기본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다가 카페에서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를 각각 시켜 먹었다.
가격은 1500원정도였다.
집에 돌아가면 여행을 하면서 먹던 값싸고 맛있는 커피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았다.
엄청나게 큰 공원을 가로질러 성당이라 생각하고 찾아 갔더니 성당이 아니라 수도원이었다.
수도원은 엄청 컸지만 수도원답게 내부를 소박하게 꾸며 놓았다.
스태인드글라스나 벽화 또는, 멋진 무늬로 장식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수도원이 주는 느낌이 좋다.
수도원을 나와 성 안토니오 성당을 찾아갔다.
이 성당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안토니오 성인의 유해를 모셔놓은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손을 대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 곳은 소원을 잘 들어주기로 이름이 높고, 영험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였다.
나도 기도를 했다. 그의 혀가 썩지 않은 채로 앞니와 함께 보관되어 있었는데
몰래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지만 난 내가 기원한 기도가 헛되지 않도록 찍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고해소에는 고해성사를 보려고 사람들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고해성사를 우리 말로 해도 되나? .... 물론 시도하지는 않았다.
성당을 나와 사람이 적은 호젓한 길을 걷게 되었는데
키가 큰 흑인 청년이 다가와서는 뭘 달라는 손짓을 하는데 모른척 그냥 지나쳤다.
한 밤중에 이런 일을 당하면 겁날 것도 같았다.
잠시 후에 또 다른 청년이 앞에 가는 할아버지에게
뭔가를 달라는 손짓을 하니 할아버지가 선선히 담배를 꺼내 주신다.
아까 그 청년도 날더러 담배를 달라고 한 것이었을까?
오다가 배가 뒤집어 진듯한 지붕의 건물인
레지오네 궁으로 가 보니 일층은 상가로 쓰이고 있고 2층부터는 박물관이었다.
상가에서 복숭아, 호박, 감자, 그리고 새우를 샀다.
새우 10 마리를 샀는데 아마 손가락이 20개였다면 20개를 달라고 했을 것이다.
우리 말로 10 마리 하면서 손가락을 열 개를 펴 보인다. 더 살껄 그랬나?
야채 2.8유로, 새우 9.0 유로에 샀다.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하나 둘 우산을 펼쳐들기 시작했다.
우산이 없지만 잠깐 길을 건널 때를 제외하곤 비를 맞지 않아 걸을 만 했다.
돌아오니 숙소 입구에서 안내를 하며 책을 보던 여학생이 어제처럼 상냥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더니
"일본 사람 이세요? 아니면 중국 사람이세요?"하고 묻는다.
우린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니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고 웃으면서 다시 공부를 하였다.
책과 공책을 펼쳐놓고 있는 걸보니 학생인 듯 했다.
올라왔는데 날더러 밥을 탄 냄비를 닦아 달라며
철 수세미를 건넨다. 아니 철 수세미까지 챙겨왔어?
응~ 여행다니다가 냄비 태우면 닦으려고....
날씨가 덥지 않아서 기운이 남아도니 냄비 닦으려고 그랬나 보다.
낑낑~~ 온 힘을 다해 마지막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닦았다.
"냄비 뚜껑 손잡이에 온도계까지 붙어있는 성능 좋은 것같은데 왜 밥이 타고 그래?"
"으응~~ 그건 냄비가 이상이 있는 게 아니라 밥하기에 적당하지 않을 뿐이야."
밥 먹기 전에 새우를 다 먹어치웠다.
점심을 먹고 나와 미술관과 박물관에 들어갔다.
미술관 한 전시실에는 전부 틴토레토의 작품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베네치아에서 본 틴토레토의 새로운 작품을 이곳에서 또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한 전시실에는 1,2차 세계 대전 중의 군인들의 모습이 그림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승전국이건 패전국이건, 전쟁을 일으킨 나라건 간에 일반 병사들의 애환은 같은 것이리라.
비록 이탈리아가 연합군과 적대적 관계에 있었던 나라이긴 하지만 그건 위정자들의 잘못이고
전쟁터에서 싸우다 숨진 병사들은 각기 가슴 절절한 사연들을 담고 있을 것이다.
나와서 바로 옆에 있는 엔리코 스크로베니 예배당에 갔다.
조토(지오토)의 프레스코 벽화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라 예약한 곳이다.
20분 전에 오라고 해서 갔더니 25명 가량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들어가니 일단 영상으로 그림에 대한 해설을 보여 주었다.
벽화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관람 때처럼 시간이 제한 되어 있었다.
시간이 되자 부저 소리가 요란하게 두 번 울렸다. 쫓기듯 나와야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프레스코화를 꽤 많이 보았다. 13*2=26 (통합권)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반갑게 웃으면 인사하는 현관의 여학생에게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 주어서 고맙다고 했더니
자기 친구들은 우는 상이라고 놀리는데 웃는 얼굴이라고 봐 주어서 고맙단다.
가지고 온 우리 나라 사탕을 한 주먹 쥐어 주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간단한 기념품을 챙겨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매번 하면서도 잊게 된다.
반면에 과하게 챙겨온 것도 있어서 라면은 3개나 남았고 고추장은 반도 먹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나갔는데 또 비가 온다.
많은 비가 아니라 그냥 다녔다.
휴대폰 메시제가 와서 들여다 보니 이탈리아에서 큰 사고가 있었다는 뉴스가 났다면서
'엄마, 아빠 괜찮은 거지?' 하며 아들이 보낸 메세지였다. 한국 뉴스에서도 크게 보도 하고 있단다.
"사고난 곳은 제노바고 우린 지금 파도바에 있어~~"
휴대폰으로 사고 사진을 보니
마치 우리나라 성수대교 사고 때처럼 싹둑 다리가 잘려 무너진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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