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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손주 봤어?

가끔 주변에서 손주 소식을 묻는다.

아들 내외 결혼한지 5년이 더 지났으니 당연하고 자연스런 물음이기도 하다.

 

그때의 나의 대답은,

"아이들도 낳을 생각이 없고, 우리 내외도 아이들 의견에 동의해요."

 

나의 이런 대답에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래도 그건 아니지~~" 라는 말이 뒷따라 올 때도 있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라는 말 속엔 당연히 인생 행복에는 객관적 지표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학교를 다녀야 하고, 졸업하면 취직을 해야하고,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해야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 하고,

자식을 시집 장가 보낸 입장에선 손주를 보아야 행복이라 여기는 우리네 고정관념일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이 있어야 삶이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올바른 삶이라고 역설하며

마치 도덕이나 윤리 교과서에 나옴직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하듯 풀어놓기도 한다.

이런 분들은 행복에의 길은 오로지 하나의 길 만이 유일하게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카톡 프로필에 있는 손주 사진을 내 보일땐

인사 치레로 '귀엽네요~~'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의사 부부가 아이를 많이 낳아야 나라에 도움이 되는데~~"하고 말한다던가

"손주 생기면 둘이서 여행 가기 힘들까봐 그러지?" 하면서

기분좋게 나무라거나 내 의사를 어느 정도 받아들여주는 말들을 해주는 경우는 고맙기도 하다.

 

물론, 아이들이 "우리 아이 낳을래요."

그러면 그래 그렇게 해라. 그럴 것이다.

 

이기적인 생각인지 모르나, 딸아이는 결혼조차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옛날과 달리 여권신장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결혼한 여자들이 더 힘들다고 여겨진다.

나는 절대 딸바보는 아님을 우리 식구들은 다 알지만,

시집 간 딸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곁에서 지켜보는 것은 고통 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혼한다면 하는 수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삶이란 길은 한줄기 외길도 아니고 정답도 없다. 더더욱 일직선 도로도 아니다.

가히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변화를 실감하는 요즘엔 더더욱 그런 생각이다.

그리하여 우리보다 더 오랜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의 인생은 그들의 인생인 것이다.

나중에 후회한다면 그것조차 그들의 몫이니 말이다.

 

 

<아들의 초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 그림일기> 세월이 흘러 결혼한지 5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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