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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독일 - 함부르크 2

오늘은 지도에 표시해 두었던 한국 상점을 찾아 가보기로 하였다.

 

어제 본 공원이 너무 좋아 우린 일부러 공원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해가 있는 방향을 향해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의자에 반쯤 눕다시피 앉았다. 아~~좋~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캐리어를 잃어버렸을 때가 지옥에 있는 느낌이라면 지금은 천국에 와 있는 느낌이다.

예정에도 없던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데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공원 입장료를 받는다고 해도 우린 기꺼이 지불하고 들어왔을 것이다.

 

공원을 나서 한국 상점이 있는 시청 쪽으로 가는데 왁자지껄 많은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경찰관 5명이 용의자 한사람을 꼼짝 못하게 엎드리게 해 놓고 있었고, 

그 중 두 명의 경찰은  용의자에 올라타서 옴짝 달싹 못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집사람은 내가 혹시나 카메라를 꺼낼까봐 옆에서 손으로 미리 제지를 하였다.

알았어~사진 안 찍어~~

어떤 연유인지 궁금해서 다른 때 같았으면 끝까지 경과를 지켜보고자 했을텐데

요란스런 차량행렬이 지나가며 내 눈과 귀의 관심을 빼앗아 갔다.

 

공원에서 우린 겨우 신호등 2~3개 만을 지나왔을 뿐인데

방금 전에 보던 한적하고 평화로웠던 풍경과는 전혀 딴판인 세상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갑자기 다른 세상, 다른 시대로 순간 이동을 해 온 느낌이 들었다.

 

2층으로 된 대형 차량 위에서는 빽빽하게 올라탄 사람들이

요란스런 음악을 틀어놓고 흥을 주체하지 못한듯 몸부림들을 치고 있었다.

차량 앞 뒤로도 차에 탄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요란한 복장과 몸치장을 한 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여기저기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도 눈에 뜨였다.

말로만 듣던 성소수자들 축제인 것 같았다.

 

우린 한국인 상점 가는 걸 잊고 구경 삼매경에 빠졌다.

멀리서 보기에는 복장이 기괴하고 요상한 사람들이 많아서

심성이 거친 사람들로 여겨졌는데 가까이서 보니 인상들이 아주 유순해 보였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기꺼이 포즈를 취해 주기도 하였다.

뭐라고 손짓을 하며 자신들의 축제에 동참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아마 내가 조금 더 흥이 많은 사람이었다면 그들 무리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운다기 보다는 그냥 즐기는 축제의 의미가 훨씬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세상에는 나와 다른 취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이 보는 나도 어느 면에선 참 많이 다르지 않을까?

여행을 하며 얻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조금 넓어지는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면 좀 더 사고가 말랑말랑 유연해 질 것이다.

사고의 유연함은 나와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들로 인해 내가 받는 상처가 줄어들게 하기도 할 것이다.

 

한참을 퍼레이드 행렬을 거슬러 가다보니

마지막 퍼레이드 차량이 지나고 그 뒤를 이어서 청소 차량이 거리의 쓰레기들을 청소하고 있었다.

워낙 이런 구경거리를 좋아하는지라 내가 다시 또 축제 행렬을 쫓아 갈까봐

"이만하면 이젠 됐지?" 하면서 한국인 상점을 찾아가자고 내 팔을 잡아 끈다.

 

우린 지도가 안내하는 데로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서 쉽게 한국 상점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인 한 쌍도 열심히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고추장과 포장용 김치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눌한 한국말을 하는, 한국인 2세 같아 보이는 청년이 계산대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 오랫동안 먹지 못하던 밥과 김치와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2만 5천보 이상을 걸었음에도 양손에 짐을 들고 호텔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짐 하나는 내가 들을까?

아니 안 무거워~~ㅎㅎ

 

 

 

 

 

우리도 반쯤 누운 자세로 해바라기를 하였다. 아 ~~좋다~~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휘둥그레진 내 모습이 그들에겐 구경거리였을지도 모른다.

요란스럽게 뛰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차체가 들썩거렸다. 광란의 도가니

미풍이라고 씌인 함부르크 한국인 상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