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내외가
마침내 레지던트 4년차 과정을 마쳤다.
처음 대학 입학 후엔 그동안의 억눌렸던 입시에서 해방되어서 그런지,
아들은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술 먹는 날이 부지기수로 많았다.
문과출신이라 의대 입학 후 공부하는데 애로 사항도 많았겠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성실한 예과생활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너무 힘들고 적성에 안 맞는다고 그만둔다고 하면 어쩌나....
처음 수술실에 들어가 쏟아지는 피를 보고 에그머니 도망가면 어쩌나...
재시가 나왔다고 하면 저러다 유급하면 어쩌나....
그렇게 걱정하는 사이 졸업을 하고 의사고시를 보게 되었다.
처음 하얀 의사 가운과 푸른 수술복을 입은 아들을 보았을 땐 뿌듯했다.
그리고 인턴을 마치고 같은 길을 가는 아이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공부한 기간이 몇 년이던가?
유치원부터 따진다면 더 오랜 기간이겠지만 대학 입한 후만 하더라도
의대 6년, 의사고시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총 11 년 동안이다.
아들 내외는 지금도 5시만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고 한다.
잠시도 휴대폰을 꺼놓을 수도, 진동으로 해 놓을 수도 없는
긴장 속에서의 생활이 몸에 배어 버린 것이다.
끼니를 거르는 일은 다반사였다.
이제 전문의 시험이 끝나면 아들은 군 입대를 해야 하고
며늘 아이는 어느 병원으로 갈지 결정해야 한다.
의사고시를 앞두고 있을 당시엔, 얼마나 공부의 양이 많았던지
수능공부 지금처럼 일주일만 하면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에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의대를 지망할지 의문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 말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힘들기 때문에,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환상으로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가 돌봐야 했던 아이는, 어느새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그런 변화가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아들 내외와 관련한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들 내외의 힘든 모습을 보고 하는 이야기임에도 듣는 사람에겐
자식 자랑처럼 비춰지고 팔불출 소리듣기 십상이어서 말하기가 늘 조심스럽다.
2013년 2월 결혼한 아들 내외 결혼식 청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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