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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23일째 기록

 읽던 소설의 마지막 부분과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펼쳐든 첫 부분이 이어지도록 앞 부분을 다시 한번 읽는다.

앞 부분의 장면을 기억에서 되살려야 매끄럽게 이야기가 흘러갈 것이므로.

 

이제 돌아간다. 소설의 줄거리가 매끄럽게 연결되듯,

여행으로 비워졌던 일상의 공백을 매끄럽게 메워서 무리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여행은 일상의 찌꺼기를 버리고 충전을 하는 일일텐데

충전은 커녕 오히려 일상이 버겁고, 무기력해질까 걱정이 된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내 앞에 줄을 서 있던 여배우는

탑승하자 내 앞에 앉은 아이에게 와서 '혼자 잘 할 수 있지?'하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왜 일행인데 떨어져 앉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읽고 있는 소설 속에도 공교롭게 여배우가 등장하는데

소설 속의 배우와 비행기 안에 있는 저 여배우가 중첩되어 머리 속에 그려졌다.

하지만 두 여배우는 전혀 성향이 다른 배우였다.

소설 속의 배우는 퇴폐적인 배우이고 비행기 안의 저 여배우는 우아함과 교양이 어울리는 배우 아니던가?

 

소설 속에선 영화판의 이야기가 계속 되고 있었다.

<새끼 사장이 영화사를 물려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사장 새끼라고 바꿔 불렀고,

종국에는 그 새끼, 또는 그냥 개새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한마디로 개새끼였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개새끼 소리는 듣지 말아야겠다.

 

긴 여행 끝에 인천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에 내려 공항버스를 타려고 밖으로 나오니 마치 사우나탕으로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더위....격이 다른 더위였다.

아무리 즐거워도 여행은 현실로 돌아오게 되어있는 것.

시간이 지나 이렇게 여행담을 풀어놓고 있는 중이다.

 

대학 1학년 어린 시절...... 사회과였던가? 강대현 교수님이

여행 다니면서 찍은 사진을 슬라이드 필름으로 만들어 보여주시면서

본인이 여행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당시 나이가 많으신 그 교수님이 참 멋있게 보였고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해 봐야지......

 

내가 찍은 사진은 당시 교수님이 찍은 사진보다 더 많고 아마도 카메라 성능도 더 나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교수님보다 더 많은 날들을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들어줄 사람은 없다.

지금은 들어주는 사람에게 댓가를 지불 해야하는  그런 시대가 된 느낌이다.

아마도 듣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이야기의 대부분도 남이 듣고 싶은 이야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는 읽어준 사람에겐 갚아야 할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차 한잔 정도의 빚.

 

비둘기 떼가 날아와 교도소 담장 위를 날았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그렇게 끝났고, 작가의 말..... 말미에는 고마워요. 여러분~ 이라고 씌여 있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이다. 고마워요~~여러분~~

나의 2016년 여름 여행도 끝났다.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고마워요. 여러분~~ 차 한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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